괜찮다고, 오늘도
밤 9시.
하루의 끝에서 컴컴한 땅에 발을 내딛으며 집으로 향한다.
바람이 차다. 코끝이 얼얼하다.
가을인가 싶더니, 오늘은 겨울이다.
정류장 안내 음성이 흘러나오고,
전광판에 쓰인 5분 여유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 짧은 기다림 동안 자리에 앉는다.
건너편 상가들을 바라본다.
이 시간엔 옷가게도 문을 닫고,
과일가게도 불이 꺼져 있다.
그런데 한 식당만은 예외다.
그 안의 사람들이 웃는다.
저마다 하루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은 얼굴로.
그곳의 불빛이 유리창에 비친다.
나는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오늘의 나를 본다.
그러다 불현듯 한 사람이 떠올라
카톡을 연다.
늦은 밤까지 술잔을 기울일 그에게
짧은 메시지를 쓴다.
“이제 그만 들어가요.”
습관처럼 꺼낸 말인데,
보내는 순간 그 문장이 나를 향해 되돌아온다.
너도 이제 들어가야지?
집으로, 아니면 너 자신에게.
버스가 도착한다.
천천히 멈추고 문을 열어 나를 맞이한다.
기사님께 늦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자리를 잡고 앉으니, 창밖 가로등 불빛이 천천히 흘러간다.
마치 잘 가라고 손을 흔들듯이.
도시의 소음이 멀어지고,
마음이 비워지는 소리가 들린다.
하루 동안 내가 만난 얼굴들,
내가 건넨 말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위로가 되었을까.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나쳐버린 표정 속에서
무심함이 드러나진 않았을까, 신경이 쓰인다.
버스 창가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본다.
넌 괜찮아? 오늘 기분은 어때?
대답 대신 짧은 한숨과
슬픈 미소 같은 표정이 유리에 비친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각자의 하루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끝나가고 있다.
나는 오늘을 어디쯤에 두고 있을까.
다시 담을 수 없는 말들을 되뇌며,
그 속에서 나의 행동들을 기억해 본다.
마음속을 잠시 비워내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마치 하루의 기도 같은 시간이 된다.
누군가의 위로보다,
오늘은 이렇게 나 자신에게 묻는다.
괜찮다고,
이 정도면 잘 버텼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