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포 남자친구와 연애 이야기
나이가 중요한 한국에서 15살 차이라니 … 하물며 몇 개월 차이에도 내가 ‘언니다’, ‘오빠다’, ‘빠른이다’를 따지는 와중에 5살 차이도 아니고, 띠동갑을 훌쩍 넘긴 15살 차이라니 …
꽤 많이 놀라셨죠? :)
저 역시도 처음 남자친구 나이를 알게 되었을 때는 많이 놀랐답니다.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에는 나이 차이가 나는 마음에 드는 연예인이 있으면
엄마한테 ‘엄마 사위야, 근데 나보다 14살 많아’, ‘나 이 사람이랑 결혼할래 근데 15살 많아’라고 장난스레 말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실제로 정말 15살 많은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니 엄마한테 쉽게 말이 떨어지지는 않더라고요.^^;;
엄마한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도 20살에 딱 한번 밝힌 적 있었는데, 그 당시 저녁 7~8시만 돼도 전화가 불티나게 오는 엄마의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먹었어요.
갑작스러운 간섭과 관심에 꽤 당황스러웠달까요…
(평소 친구와 놀 때는 밤 12시가 되어도, 아침 7시에 들어가도 전화 한 통을 안 했는데, 남자친구와 데이트할 때만큼은 저녁 7시도 늦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엄마한테 얘기한 적이 없었어요.
물론,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에는 6년이라는 시간을 솔로로 지내기도 했고요. :)
20대 초, 단기간에 여러 사람과 연애를 하면서 더 이상 연애에 관심이 없어졌고, 솔로로 지내는 게 편해서 솔로라이프를 아주 잘 즐겼답니다.
워낙 남한테 의지하는 성격이 아니기도 했고, 우울증은 있었지만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러 소개가 들어와도 다 거절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제가 어떻게 15살이나 많은 남자에게 푹 빠져버린 걸까요?
남자친구와 저는 같은 회사에서 만났어요.
제가 먼저 일을 하고 있었고, 남자친구가 뒤에 들어왔죠.
남자친구가 입사하기 전, 대표님께서 새로운 직원이 들어올 예정인데
“한국말 보다 영어가 더 편하고 잘하는 사람이다”, “15년간 군인 생활을 했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곧 인사를 하러 잠시 회사에 들를 예정이라 하셨죠.
군인을 존경하고 군생활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어떤 사람일지 되게 궁금했어요.
그렇게 처음 마주한 남자친구는 성격이 되게 좋아 보였습니다.
밝고, 긍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에 같이 일을 하면서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어요.
이 사람을 처음 회사에서 알게 되었을 당시에 저는 우울이 심한 편이었지만, 이 사람과 있는 동안에는 계속 웃게 되고 말을 걸고 싶더라고요. :)
그렇게 저는 이 사람에게 푹 빠지게 되었고, 친구들한테도 먼저 놀자고 말하는 성격이 아닌 제가
용기 내서 먼저 퇴근하고 놀자 했어요. 다행히 거절하지는 않더라고요.
시간이 지나고 들어보니 남자친구도 저한테 플러팅을 많이 했었다고. ㅎ
남자친구가 주말에 뭐 하냐고 같이 놀자고 하는 문자에 저는 아 이 사람 미국 사람이라서 친근하게 다가오는구나 했었더라죠.
그래서 저는 인사차 보내는 문자인 줄 알고 “가족들이랑 시간 보낼 것 같아요. 좋은 주말 되세요~” 라고 답을 했었고요. ㅋㅋ
사실 저도 관심이 있었지만 … 워낙 연애를 안 하지도 오래되었고, 정말 인사차로 보낸 문자인 줄 알고 저렇게 답했던 것 같네요.
어찌 되었든 제가 처음으로 같이 놀자고 말을 하고, 카페에서 수다를 떨며 남자친구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가 군대에 관심이 많다 보니 군인 출신의 남자친구에게서 듣는 이야기들이 꽤 흥미로웠고요. :)
처음에는 나이 차이가 있어 조심스러웠지만, 점점 커져가는 감정을 막을 수는 없었어요.
나이 차이에서 오는 세대 차이가 없냐고 묻는다면,
남자친구는 4살 때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자랐고, 파병을 다녀야 하는 군인 생활을 하며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어요.
둘 다 한국 사회와 문화를 경험하며 한국에서만 자랐더라면 세대 차이가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워낙 자라온 환경이 달랐기 때문에 나이 차이를 느낄 수가 없었어요.
(가끔 2000년에 n살이었다 할 때만 빼면요. ㅎㅎ)
다만, 문화 차이는 있었더라죠.
예를 들어 처음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저는 이전의 연애 상대보다 훨씬 더 적은 양의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하지만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살면서 연애해온 사람들과의 연락 중에서 제일 많이 연락을 하고 있는 것이었죠.
저는 연락을 적게 한다고 생각을 했고, 남자친구는 연락을 많이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연락 문제가 전혀 없지만, 이 당시에는 서로 이해가 되지 않았었답니다.
이 외에도 남자친구가 자라온 사회의 문화 차이와 우리 사회의 문화 차이를 보며 느끼는 점이 있기도 하지만,
만남에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현재는 남자친구가 한국에 있기 때문에 최대한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 중이랍니다.)
다만, 저희는 나이 차이보다 문화 차이보다 더 큰 차이가 있었는데요.
너무 다른 두 사람이 6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해 올 수 있었던 이야기를 차츰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