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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2월 뇌출혈로 술을 끊게 되었다

지독했던 알코올 중독이 드디어 멈추게 되었다

by 사적인 유디

2022년 12월 어느 날, 사촌 오빠의 결혼식으로 인해 아빠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서울로 향했다.

사촌 중에 관광버스를 운행 중인 분이 있었고, 외가 쪽 가족 모두가 모여 다 같이 이동을 했다.


유난히도 춥게만 느껴졌던 12월 겨울, 사촌 오빠의 결혼을 축하하고 다시 부산으로 내려오던 밤

중간에 들른 군위 휴게소에서 친오빠와 함께 별똥별을 보게 되었다.


"행복하게 해 주세요."


내 소원은 하나였다. 오직 행복.


그리고 그날, 아빠는 술 마시고 도로에 넘어져 뇌출혈이 발생했다.

시민의 신고로 아빠는 발견이 되었고, 그렇게 집으로 오게 되었다.


병원을 가보자는 말에 아빠는 가지 않겠다 하였고, 워낙 술에 취하면 자주 넘어졌던 아빠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생겼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나와 엄마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렇게 아빠는 여느 때와 같이 숙취 속에서 이틀간 내리 잠만 잤고 ...

이런 아빠를 나와 엄마는 이상하게 여겨지는 않았다.


하지만 친오빠는 아빠가 계속 이상하다 말을 하였고, 나는 그냥 아빠가 술이 아직 안 깨서 그런 거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오빠야가 소리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오빠야는 "아빠 도대체 왜 그러는데!!" 라며 소리를 쳤고, 나한테 달려와 아빠가 진짜 이상하다고 했다.


왜 그렇냐고 물으니 새벽에 아빠가 사과가 먹고 싶다며 자르고 있었고 그 모습이 이상해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다 큰 어른이 사과가 먹고 싶으면 먹을 수도 있지 하면서 또다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빠야가 사과를 자르는 아빠를 이상하게 여겼던 건 평소에 절대 새벽에 그렇게 사과를 잘라먹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아빠는 화장실 불 스위치를 원래 위치가 아닌 다른 위치에서 손을 더듬거리고 있거나,

거울 뒷부분을 더듬거리는 모습을 보고 오빠야는 계속 아빠가 이상하다 했다.


그리고 아빠가 말을 어눌하게 했었는데, 오빠야는 이 부분이 제일 이상하다 여겼지만

나는 단지 아빠가 말을 하기 싫어하나 보다라고 또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그 당시 우리 가족 중에서는 나와 엄마만 출근을 하여 일을 하고 있었는데 오전에 오빠야한테 전화가 왔다.


오빠는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아빠가 진짜 이상하다고 말을 하였고, 바로 병원을 가야겠다고 말했다.

오빠야가 찍어 보내 준 영상 속 아빠는 베란다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떨고 침을 흘리며 초점을 잃은 상태로 멍하니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오빠는 놀래서 나한테 전화를 걸었고, 바로 119에 신고를 하였다.

당시 병원 몇 군데에서 병상이 없다며 받아주지 않았는데, 다행히도 우리 집과 멀지 않은 종합 병원 응급실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아빠는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게 되었고, 2년이 지난 지금은 기력이 많이 쇠하였지만 심각했을 때에 비하면 건강을 되찾은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 후유증으로 말을 어눌하게 하고 힘을 예전만큼 쓰지 못하며 때로는 젓가락질도 잘 안되어 화낼 때가 있다. (아마 뇌출혈 이후에 한 번 더 뇌경색이 있었는데 그 영향이 더해진 것 같다.)


여러 건강상 일이 있고, 아빠는 한동안 술을 끊었지만 또다시 몰래 마시거나 왕창 취해 돌아오는 날도 몇 있기는 했다. 예전에 비하면 술 마시는 양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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