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장난, 누군가에게는 상처
예전에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24살인 여자가 38살 남자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며, 현실적으로 욕해달라는 글이 있었다. 이 글은 짤로 형성되어 여러 곳에 노출되었고,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커플에게는 그 글에 달린 댓글이 인용되어 조롱처럼 쓰이고는 했다.
그 글에 달린 댓글은 이러했다.
"니 주위애들 남친이랑 케배가서 생맥 마시면서 놀 때 너 계곡 끌려가서 한방 능이백숙"
(개인적으로 전자보다 후자가 더 내 스타일이긴하다.)
사실 나도 처음 이 댓글을 봤을 때 꽤 웃겼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댓글이 이제는 나에게로 향했고, 댓글을 본 나는 예전처럼 마냥 유쾌하지는 않았다.
나 역시도 예전에는 나이차이가 많으면 무조건 관심사와 가치관 차이가 클 것이라는 어리석은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오면서 깨달은 건 나이로 모든 것을 정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요즘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시대이기 때문에 나이에 맞춰 취향과 성향을 한정 짓기란 더더욱 어려워졌다.
나이뿐만 아니라 겉모습만 보고 누군가를 평가한다든지, 소문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가 하며, 상대가 누군지도 잘 모르면서 안 좋은 말에 동요되기도 한다. 심지어 ‘~카더라’ 내용을 곧이 곧대로 믿고 또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한다.
이런 상황이 극단적으로 많이 보이는 곳은 바로 인터넷상이다. 우리는 인터넷상의 말에 쉽게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옳지 않은 또는 잘못된 것을 그대로 흡수해서는 안된다.
내가 이 글을 쓰게된 이유는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이야기와 짤만 보고 그게 세상의 진리인 것처럼 편견을 가지고 남을 조롱하지 말아줬으면 해서이다.
누군가를 조롱하는 짤,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
짧은 정보로 편견을 만들고, 가벼운 농담처럼 던진다.
누군가는 가볍게 웃고 넘긴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도는 말이된다.
누군가는 장난삼아 던진 조롱이, 누군가에게는 밤새 울게 만드는 말이 된다.
누군가는 재미로 퍼 나른 가짜 정보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버리는 일이 된다.
이제는 그 짧은 생각으로 남을 판단하고 조롱하는 일을 멈췄으면 한다.
말을 뱉는 건 쉽지만, 그 말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으니까.
짤과 밈, sns상 말을 보고 장난삼아 툭 던지는 말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글을 작성할 생각은 없었지만, 여러 가짜뉴스와 각종 조롱이 난무하는 요즘.
한 번쯤 나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말고’식의 가짜 정보를 또다른 누군가에게 퍼트리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봤으면 했어요.
(저 역시도 과거에 가짜뉴스와 각종 가십, 밈인척 하며 조롱하는 것을 그대로 습득하는 날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자극에 자극을 더하고, 좀비처럼 가짜뉴스와 조롱의 콘텐츠를 퍼다 나르며 자극을 더 갈구하는 인터넷상의 모습들에 많이 피로해졌고, 결코 이건 옳은 사회가 아닌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먹이를 던지는 사람과 그걸 받아먹는 사람만 없었더라면 이런 자극이 계속되지 않았겠지만, 더 큰 자극, 더 맛있는 자극을 던지고 먹는 사람들이 많아짐으로써 결국 자극이 없으면 심심함을 느끼고, 자극적인 것만 살아남는 세상이 되어버릴까봐 두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