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있는데 그냥 빨리 결혼해라
최근 할머니,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기 위해 고모들이 우리 집으로 왔다. 작은 고모는 현관문을 통과하는 동시에 나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니 남친 생겼나!"라고 물었고, 나난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아니요."라고 답했다.
고모는 다시 한번 나에게 "니 남친 생겼제."라고 말하며, 얘기 좀 하자고 방으로 끌어당겼다. 엄마는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가주었고, 그렇게 고모와 나는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아빠가 아직 남자친구의 존재를 잘 모르고, 괜한 소리가 오갈까봐 고모에게는 남자친구가 없다고 둘러댔지만, 고모는 믿지 않았다. 계속된 물음에 나는 사실대로 이전 직장에서 만난 사람이라 소개했고, 15살 연상이라고 밝혔다. 고모는 살짝 놀란 낌새가 있었지만, 나이 차이에는 크게 개의치 않아 했다.
고모는 나에게 물었다.
"니 걔 좋아하나?"
연애하고 있는 사람에게 무슨 이런 질문을 하나 싶었지만, 솔직하게 "처음 회사에서 만났을 때부터 관심 가서 제가 먼저 카페 가자며 다가갔어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고모는 다시 나에게 물었다.
"걔는 니 좋아하나?"
이거는 또 무슨 질문인가! 싶었지만, "ㅎㅎㅎ서로 좋아하니까 만나죠."라고 답했다.
남자친구에 대한 사적인 질문을 더 던지던 고모는 마지막으로 결혼생각이 있냐 물었고, 생각 있다고 하자 "그럼 더 미루지 말고, 빨리 결혼해라. 나이도 있는데."라고 말했다.
워낙 하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다하는 고모이기 때문에 사실 상처받는 말을 하면 어쩌지? 라고 걱정했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불편함을 느낄만한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편견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준 고모가 고마웠다. 다만, 아빠가 아직 모르니 모른척해달라 당부했고, 고모는 잘 말해보라는 말과 함께 방을 나갔다.
사실 고모는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2년 전에도 고모에게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남자친구가 아닌 그냥 직장 동료로서 소개했지만 말이다.
그 당시 고모는 나에게 연애 안 하냐 물으며, 회사에 괜찮은 사람 있으면 만나보라 말했고, 그에 대해 나는 '한 사람 있기는 한데, 나이차이가 좀 난다' 라고 말했었다. 그 당시에도 나이 차이를 들은 고모는 별말 없이 그냥 잘해보라 말했지만, 나는 나이 차이 때문에 우리가 이루어지지 못할 거라 생각했었다.
결론적으로 커져가는 마음을 막을 수는 없었고, 신중하게 판단하고 시작한 관계이니 더 소중하게 이어가는 중이다. 벌써 남자친구와 2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고, 연애 초반에 받았던 걱정과 질타는 시간이 흐르니 인정으로 돌아왔다. 좋은 사람을 만나 더 성숙하게 되었고, 이사람으로부터 오는 안정감은 나에게 큰 버팀목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