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타임 : 30일
얼마 전 남자친구와 큰 다툼이 있었다. 둘 다 감정이 격해졌고,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남자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예전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우리 각자 생각할 시간을 가지자."
이전에도 몇 번 남자친구는 브레이크 타임이 필요하다고 말했었다. 그때마다 나는 그게 무슨 말이냐며 헤어지자고? 되물었다.
나에게 브레이크타임이란 헤어지자는 말이었다.
이전에 만난 사람과도 생각할 시간을 갖자 하고 나는 그 시간 동안 상대방에게 정을 떼려 했고, 안 좋은 부분만 생각했다. 그렇게 일주일 만에 헤어졌다.
생각할 시간을 갖자 = 헤어지자
이 생각이 박혀있었던 나는 남자친구가 이해되지 않았다. 남자친구 입장은 헤어지는 것이 아닌 정말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생각할 시간을 가지자는 것이다.
'잠시 쉬는 관계'로 헤어지는 건 아니지만, 연락과 만남 없이 한 달을 보내자고 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서로를 못 받아들이는 것이니 최소 한 달동안 스스로에게 집중을 하며 여유를 되찾고자 했다.)
나는 화나는 상황이 생기면 그 상태가 오래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둘 다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얼굴 맞대고, 전화하며 계속 붙들고 싸우자는 것도 아니다.
각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화를 가라앉힌 다음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말할 수 있을 때 다시 얘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남자친구도 이런 의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다만 시간이 너무 길었다.
나는 감정을 가라앉히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단순한 성격을 가져서인지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곧 잘 차분해졌고, 상대방과 나의 잘못을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을 때는 일단 잠을 자버리면 됐다. 잠을 자고 나면 한결 기분이 좋아졌으니까.
그날도 나는 혼자 화내며 씩씩거리다가 조금 마음이 차분해졌을 때, “저 사람이 왜 저렇게까지 화났을까?, 뭐가 기분 나빴을까?"를 생각했다. 그러자 내 잘못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부분에서 상대방이 속상했을지 이해했고, 나는 사과 문자를 보낸 뒤 낮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니 기분이 나아져 있었고, 평소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일하는 내내 불편한 감정을 느꼈어야 했고, 결국 저녁에 통화를 할 때에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말이 다시 나오게 되었고, 밤을 보내었다.
나는 거의 잠을 설쳤고, 요즘 이런저런 힘든 일을 많이 겪은 남자친구를 위해 연락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은 채 있었다. 하지만, 아침이 되자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남자친구도 잠을 자고 나니 마음이 한결 풀렸는지 차분히 다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화해를 하게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궁금했다.
사랑에도 쉬는 시간이 필요할까?
싸움이 있고, 서로의 감정이 격해졌을 때는 물론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것보다 한 발짝 물러나 각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생각정리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남자친구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했다.
나는 관계에서 거리를 두는 것이 불안했다.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고 하지 않나. 나는 몇 시간이면 충분하다 생각했지만, 남자친구에게는 최소 한 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백번 양보하여 만남을 안 할 수는 있었지만, 연락조차 하지 않는 건 서운하게 다가왔다.
남자친구에게 앞으로 우리가 함께할 날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이렇게 회피할 거냐고 나무랐고, 해결 방식이 서로 다른 우리가 정말 평생을 함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맞는지, 뭐가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결론은 그 누구도 옳은 것이 아니며, 그 누구도 틀린 것이 아니다. 서로가 달랐을 뿐이고, 중요한 건 각자의 방식 속에서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이다.
우리는 다행히 잠을 자고 나면 기분이 많이 풀리는 단순한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일단 자고 일어나서 얘기하자.'가 최선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차분한 상태에서 각자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며 서로의 서운한 감정을 공감하면서 화해하는 것까지 잊어서는 안 된다.
간혹, 먼저 사과하는 게 지는 것 같고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괜한 자존심을 부리는 건 사치이지 않을까?
서로의 방식이 다를 때, 우리는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오랜 시간 사랑을 지속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