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린토 Dec 28. 2020

 글쓰기의 막막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글을 쓰겠다고 생각을 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니 그런 생각을 언제 했나 싶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려니  갑자기 갑갑증이 밀려왔다. 블로그에 올리는 서평 등이나 소소한 수다 등은 잘만해왔으니 병은 아닌 것 같다. 무언가 임팩트가 있고 주제가 명확하며 또는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잘 써보고 싶단 마음이 다른 마음을 짓누른다. 아주 꾸욱... 그러다 굳이 내가 왜 글을 써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노트북을 덮어버리곤 했다. '글쓰기는 나를 성장시키는 도구이다, ' 글을 써야 돈이 된다' '글을 쓰면 인생이 바뀐다' 등의 이야기들에 약간 뾰롱 통한 마음이 솟아오른다. 글 좀 안 쓰면 뭐 어떻게 되나.. 또 뭘 그렇게 글쓰기를 자꾸 돈 버는 거랑 연관시키는 건가.. 한번 뾰롱퉁해진 마음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마다 차이가 있긴 했지만 종종 일기장 검사를 받았다. 표현이 조금 우습기는 해도 "받았다"라는 말이 적당하다. 일기장을 내지 않은 친구들은 종종 벌점을 받거나 성질 급한 선생님을 만나면 손바닥을 맞기 일쑤였다. 이사를 하면서 발견한 일기장 뭉치를 보니 난 선생님의 매서운 눈초리가 싫어 열심히 일기를 내던 학생이었던 것 같다. 적어도 그리기보다는 글쓰기가 훨씬 나았다.


간혹 글쓰기 대회 같은 곳을 나가기도 했다.  바깥 풍경을 보며 몽글몽글한 감정들이 솟아오르면 유난히 글이 잘 써졌다. 나의 글이란 게 주로 감성과 같은  것들이었다. 어느 날 잔디밭에 앉아 글을 쓰는데, 차지도 세지도 않은 적절한 그야말로 한줄기 바람이 코끝을 스쳤다. 살짝 바람내음이 일어 눈을 드니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듯 반짝이는 햇살 무리가 보였다. 그 순간 가슴이 한 구석이 찌릿했다. 어떤 글짓기 대회였는지 어느 장소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순간 느꼈던 마음 한 구석의 살랑거림은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다. 그리고 그날 꽤 높은 성적의 상을 받았다. 그 후 글이란 나에게 그런 것이었다. 가슴의 울림이 있어야 쓸 수 있는 나의 이야기.


안타깝게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의 울림은 줄어들었다. 당연히 글 쓸 일이 없어졌다. 기록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도 한몫했다. 어쩌 써야 하는 글쓰기는 그리 반갑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나고 밥 먹고 화장실 갈 시간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게 되면서는 글쓰기는 점점 사치가 되어갔다. 아이를 돌보고 나의 업으로 주어진 학생들을 가르치고 집안일까지 돌보고 나면 24시간이 모자라라는 한탄이 절로 새어 나왔다. 하루하루 버텨내는 것만도 힘든데 웬 글쓰기? 그때의 나에게 다가가 말해본들 콧방귀도 뀌지 않을 것 같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기계적으로 습관적으로 앉아 글을 무작정 써야 한다고 말한다. 글쓰기라는 것이 어느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줄줄 떠올라 막 써 내려가면 좋겠지만 그건 모두의 바람인 경우가 많기에  무작정 앉아서 쓰기 시작하라는 것이다. 엄청난 아이디어와 영감에 휩싸여 글쓰기에 몰입하는 작가를 상상해온 나로서는 다소 충격적인 고백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생각해보니 이건 너무나 당연한 말이었다. 운동을 하려면 꾸준히 연습해 근육을 키워야 하는데 글쓰기 또한 다를 게 없다. 김훈 작가가 <글쓰기의 최소 법칙>에서 언급한 조사의 문제 같은 세부적 기술들은 우선 기본 걸음부터 뗀 다음에 고민하기로 하자.


매일 글쓰기가 유행이다. 매일 글쓰기는 부지런한 사랑이라는 멋진 표현들도 난무한다. 위의 뾰롱 통한 마음은 사실하지 시작하지 않는  나에 대한  부끄러움의 발로인지도. 그러니 이제 해보고 나서 정말 내가, 그리고 내 삶이 바뀌는지 이야기해보자. 사실 백 퍼센트 확신할 순 없다. 어느  날  내가 해봤는데 , 매일 글쓰기의 중요성을 이렇게  떠들대는 것은 사실 또 하나의 마케팅 상술일 뿐이라고 고백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 아닌가? 정말 글쓰기가 나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변화시킨다면  매일아 아니라 하루 두 번이라도 써야 하는 게 아닐까? 이렇게 나는 미완의 낯이 달아오르는 글이라도 매일 써 내려가 보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이 글을 나의 다짐의 공개적 고백이다.



작가의 이전글 "사실, 이건 내 선물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