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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카 May 06. 2019

시인들의 글쓰기 발상법

익숙한 소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법

힘든 날에 듣는 노래는 가사가 다 내 이야기 같을 때가 있다. 나만 힘든 것 같은데 사실 대부분 그렇게 느끼고 산다. 비슷한 아픔, 사랑, 이별, 성장, 결핍을 갖고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주제를 독특하게 풀어낸다. 그 비법을 엿보기 좋은 방법은 가사를 직접 쓰는 가수의 앨범 소개글을 읽어보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노래를 만들었을까? 어떻게 이런 가사를 썼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궁금할 때쯤 나는 앨범 소개글을 열어본다. 특히 가사를 직접 쓰는 아티스트의 노래를 들어보는 것이 좋다. 그들은 종종 앨범 소개에 직접 글을 쓰는데 아주 담백하고 민낯 느낌의 깨끗한 글들이 많다. 그걸 읽다 보면 꽤 재밌고, 가수들의 창조법(?)을 엿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가사를 직접 쓰는 가수를 더 좋아한다)




장기하가 직접 쓴 앨범소개 글



박진영이 케이팝스타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네가 쓴 가사는 ‘아, 이것만 쓰면 멋있을 것 같다’ 그런 문장들만 나열해놓은 것 같아. 가사를 쓰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 남들이 안 한 이야기를 해야 해. 남들이 안 한 이야기를 하든지, 이미 한 이야기를 하려면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든지 이 둘 중 하나여야 해.”


이 이야기를 듣고 이건 가사 쓰는 법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한다. 글을 쓸 때도, 제품을 기획할 때도, 디자인할 때도,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을까.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남들이 안 한 이야기를 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하거나
(... 알겠는데, 어떻게?)



그래서 책을 읽었다. 새로움을 보는 방법 4가지가 들어있다는 책이었다. <감성의 끝에 서라>


시인의 발상법을 통해 익숙한 소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2가지 방법에 밑줄을 쳤다.




1. 사물과 나를 일체화하기
‘시는 사물의 마음을 보는 것’이고, 시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 즉 ‘사물의 마음을 보는 법’이다. 그들의 비결은 ‘일체화’에 있었다. 시인들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역지사지’의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나 스스로가 곧 ‘그것’이 되는 일체화의 단계까지 들어간다.

책에서는 예시로 소화기에 나를 일체화하는 법에 대해 나온다.
소화기가 되려면,

1.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의 모든 것을 가지고 소화기 속으로 들어간다.
2. 지금 소화기가 처해 있는 상황 속으로 들어간다.
3. 소화기의 마음을 읽어본다. “이 소화기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4. 여러 가지 마음 중 하나를 골라 왜 그렇게 생각했을지, 그것에 대해 떠올려본다.


잘 만든 제품은 사물의 마음을 찾았기 때문에 공감을 받는지도 모른다. 그 마음은 사실 특별하지도 않고,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평범한 이야기지만 사물에게 그 마음을 찾아주는 것이 바로 ‘평범한 것을 새롭게 이야기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박카스에는 ‘응원하는 마음’을, 귀뚜라미 보일러에는 ‘추운 겨울, 부모님을 걱정하는 자식의 마음’을 찾아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마음을 찾지 못한 채 만들어진 광고를 보면, 내 삶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 목숨에만 관심 있는 광고라고 느껴진다.


사물의 마음을 보는 것이 시이고,
사물에 새 마음을 담는 것이 상품기획이며,
사물의 마음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마케팅이고,
사물의 마음을 형상화하는 것이 디자인임을 깨달았습니다.
- 강신장, 황인원 <감성의 끝에 서라>





2. 아픈 구석을 찾아내기

“새로운 것을 본다는 것은 결국
남들이 보지 못한 아픔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아픔이 무엇인지 알아야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아빠 사진은 왜 찍으면 바로 볼 수 없는 거예요? -> 폴라로이드
어른 의자에 앉아 허우적대는 아이의 아픔 -> 스토케 어린이 전용 식탁의자
스타킹을 신고도 샌들을 신을 수는 없을까 -> 레깅스
위험하고 청소도 힘든데 날개가 꼭 있어야 할까 -> 다이슨 날개 없는 선풍기



아픔을 해결해주거나 공감해주는 이야기는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계속 듣고 싶은 노래는 나도 모르게 공감하는 그런 이야기를 갖고 있어서 일 거다. 사물이 내가 되고, 내 삶을 사물 안으로 데리고 가는 시인의 창조법을 알고 나니 시가 조금은 친근하게 느껴진다. 내가 나무가 되어보고, 펭귄이 되어보고, 제품이 되어보고, 서비스가 되어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새로운 접근법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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