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둘 다 안 한다는 뜻이다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마감이 닥치거나, 마음이 급해지면 자꾸 잊게 된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가 너무 높은 목표를 세운 걸까? 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그릇인가!
이렇게 고민만 하다 보니 확실해졌다. 모두가 공평하게 받고 있는 시간을 분명 허투루 쓰고 있는 것이.
며칠 전 ‘멀티태스킹’에 관한 심리학 팟캐스트*를 들었다.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담아서. 거기서 머리를 띵하고 맞은 명언을 발견했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둘 다 안 한다는 뜻이다.
- 로마시대 철학가, 누군가의 말
*팟캐스트 알면 편한 심리학 <알편심> 5화 ‘멀티태스킹? 가능한 것인가?’
이것도 하면서 저것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사실 멀티태스킹이 아니라 ‘태스크 스위칭’을 ‘잘’ 하는 것이다. 어떤 실험 연구에 의하면 직장에서 분 단위로 업무시간을 기록해본 결과 평균 11분가량 업무에 집중한다고 한다. 이메일 알람이나 전화가 오는 등에 의해 다른 것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고, 더 놀라운 것은 원래 하던 일로 주의를 돌리기까지는 평균 25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정말로 그랬다. 집중하고 있으면 한 10분 정도 됐을까,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 나를 발견한다. 결국 오늘 해야 할 일을 제때 못하고, 시간을 허투루 쓴 것은 제대로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만 잘하기도 이렇게나 어려운데 두 개, 세 개씩 머릿속에 굴리고 있었으니 잘 될 리가 있나.
하나만 집중해서 잘하자! 집중하는 시간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자! 하고 연습해보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할 때와는 분명 다르게 잘 된다. 그런데 어떤 날은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으로(?) 뭘 해도 다 안될 때도 있었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일까? 에너지는 전환되어도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내가 지금 피곤하고 힘이 없는 이유는, 지난주에 에너지를 미리 끌어다 썼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자 지난주 내내 신경을 썼더니 아무래도 에너지가 고갈된 것 같다. 이렇게 나의 그릇 사이즈가 드러났다. 인간은 본래 멀티태스킹이 안된다고 해서 위안을 얻었는데, 인간미까지 얻은 느낌이다.
베트남 커피를 제대로 내려주는 곳에 가면 얼음이 들어있는 컵과 커피 내리는 컵, 총 2잔을 준다. 조금 기다렸다가 커피가 다 내려지면 휘휘 섞어서 얼음잔에 부어 마시는 것이다. 천천히 기다리면서 하나씩 해나가는 작은 커피 컵 두 잔, 딱 지금의 내 모습 같다. 지금은 비록 작은 커피잔 사이즈지만, 끝은 멋진 요리를 담는 큰 그릇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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