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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카 Aug 11. 2019

세상에 당연한 집밥은 없다

여름철, 밥 잘 얻어먹는 방법

한 달에 한 번, 주말이 되면 집에 가서 맛있는 밥을 얻어먹는다. 독립을 하고 나서는 간단하고 쉬운 요리만 해 먹다 보니 평일 저녁의 맛깔난 한식은 꿈도 못 꾼다. 엄마가 준 김치로 만든 김치찌개도 내가 끓이면 맛이 없다. 가끔 오는 딸에게 맛있는 걸 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 하지만 그런 건 우리 엄마에게 없다. 독립하고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집에 가는 내내 상상했다. '아, 엄마가 맛있는 집밥 해주시겠지? 배고프다' 그런데 웬걸! 아무것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왜 밥이 없냐고 투정을 부렸다가 뒤통수를 퐉! 한 대 맞았다. '내가 왜? 집에 밥 맡겨놨어?'라는 표정으로 날 보시던 엄마. 아차 싶었다. 맞다. 엄마라고 꼭 가족을 위해 배려하고 보살펴야 한다는 법, 그런 건 당연한 게 아니지. 역시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엄마의 요리 솜씨가 없는 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맛있게 해 주신다. 그래서 밥을 잘 얻어먹으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엄마가 마음을 먹게 하기 위해. 그리고 장애물도 있다. 아빠의 '메뉴 바꿔버리기' 공격에 잘 대처해야 한다. 엄마가 만들려고 했던 요리를 딱 준비해서 시작하려고 하면, 자꾸만 아빠가 다른 메뉴는 어떻냐며 훅 치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어떻긴 뭐가 어때, 당연히 안되지!



Day 1

"엄마가 해준 냉면이 제일 맛있더라고!"


냉면 vs. 콩국수

둘 다 매력적이지만 희한하게도 엄마 아빠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음식을 떠올리진 않는다. 그리고 더 신기한 건 갑자기 메뉴가 바뀌어도 뚝딱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 콩국수가 맛있다고 느낀 게 얼마 되지 않아서 냉면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냉면이 선택되어야 한다. "엄마가 해준 냉면이 사 먹는 것보다 맛있더라고"




Day 2

"닭은 어떻게 먹어도 맛있으니까"


초복 중복 말복을 책임지는 삼계탕 vs. 물에 빠진 닭은 싫닭!

삼계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난 없어서 못먹는닭. "엄마, 난 다 좋아. 닭은 어떻게 먹어도 맛있으니까"





Day 3

"역시, 엄마 너무너무 맛있어!!"


모두가 하나 되어 땀 흘리는 맛이다. 우리 가족은 매운걸 잘 먹는 DNA가 있는 것 같다. 7살 조카도 매운 걸 먹고 나서 센 척한다. "고모, 나 별로 안 매워.(헥헥)" 특히 해산물로 만든 엄마표 요리는 정말 최고다. 노력할 필요 없이 표정으로 다 드러난다. '역시...! 진짜 맛있네'



Day 4

"아빠 팥빙수 먹으러 가자!"


화합의 디저트, 팥빙수

집밥 메뉴 선택권의 힘이 부족한 아빠도 이 화합의 디저트 하나면 만족도가 높아진다. 빙수는 오리지널이 제일 맛있다. 우리집 구성원 7세부터 60세 모두가 좋아하는 맛. 돈을 써서 행복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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