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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카 Aug 27. 2019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

그림은 나의 힘

“그래서 요즘 뭐하는데?”



좋아하는 일,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겠다고 시작한 지 3년이 되었다. 창업 멤버로 일을 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요즘 뭐 하는데?”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매일 분주하게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지만 남들이 봤을 땐 ‘아, 쟤 저런 거 하나보다’ 정도로만 보일 것이다. 그때는 잘 몰랐다. 지나가는 사람한테도 내가 뭘 하는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사업인데, 좋아하는 일을 한번 해보겠다고 시작한 나는 내가 ‘뭘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동안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하고 싶었던 메시지들을 담아 제품을 만들었다.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었다. 내 문제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뭘 잘하는지 (잘 아는 줄 았았지만) 사실은 잘 몰랐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열정은 많아서 사업 초기에는 ‘한 명의 고객을 만족시키면 된다!’는 말에 꽂혀 제품을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들면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겠지?’라는 과대망상은 실제로 소소한 그룹의 사람들만 모이게 했다. 현실을 파악하기까지는 겨울이 세 번 오고 나서야 알게 된 것 같다. 실제로도 춥고 마음도 추운 계절이었다.

춥다 ©kimpaca



힘든 것도 많았지만 그렇게 직접 부딪혀가며 일하다 보니 얻은 것도 많았다. 위에서 떨어진 일만 하던 회사에 있었을 때는 절대 몰랐을 것들을 알게 되고, 조금 더 큰 그림을 보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몰랐던 ‘나’를 점점 더 많이 알아가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면이 얼마나 부족한지, 뭘 잘하는지, 어떨 때 효율이 나는지를. <창업가의 브랜딩>이란 책에는 스타트업 선배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는 한 줄 인터뷰가 실려있다. 그중에 가장 공감이 되었던 답변이 있었다. “아직 안 하신 분들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러한 특성을 가진 조직을 만들든지 거기서 일하든지 그런 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다음 세기의 사람들을 위한 학교라고 생각해요.




1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 :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기

잘하는 것 : 나의 장점이자 전략


내가 뭘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찾는 건 쉽다. 하지만 내가 잘하는 것을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게 왜 그런지 한참을 고민했는데, <다크호스>라는 책을 읽으면서 유레카를 외쳤다.



동기는 내 안에 있지만,
장점은 내 안에 없다.




장점은 내 안에 없으니 혼자서 끙끙댄다고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외부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이것이 내 장점으로 발휘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남의 말에 쉽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을 잘한다. (별게 다 장점이지만) 좋게 말하면 독립적으로 선택을 잘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독단적인 것이다. 디자이너로서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여야 잘 해결되는 작업이 있고, 피드백을 끊임없이 구해서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작업이 있다. 상황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이게 내 장점이지 ©kimpaca





2

최종 목적지 대신 하루의 목표


성과가 없던 시기였다. 도대체 뭘 해야 할지 자신감이 생기지 않던 날, 작게라도 하루하루 뭔가를 해냈다는 기분을 얻고 싶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매일 그렸지만 힘들지 않았다. 회사란 존재는 ‘아, 때려칠까?’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림은 아무리 잘 안 그려져도 ‘오늘 드럽게 안 그려지네’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손이 풀리고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진심이 담긴 지인들의 칭찬을 받고 나니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다. (나의 몇 안되지만 든든한 지인들, 정말 고맙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던 에너지를 바꿔,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에 조금씩 귀 기울여 듣기 시작했다. 언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진 모르겠지만 지치지 않고 매일 그릴 순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나의 동기를 충족시키는 목표들을 하루하루 해나가면 목적지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힘으로. 나는 그림을 그린다.



뒤뚱뒤뚱 ©kimpa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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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멤버로 함께합니다.




재밌게 읽은 참고도서 :

<다크호스> 토드 로즈, 오기 오가스, 21세기북스

<창업가의 브랜딩> 우승우, 차상우, 북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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