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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카 Jan 20. 2019

나를 나답게 만드는 취향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하는 이유



20대에는 새롭게 접하는 모든 것이 다 좋았다. ‘이건 좋고, 이건 별로야’라는 나만의 기준이 없어서 ‘오, 멋지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며 새로운 것들을 흡수하기 바빴다. 30대가 되자 어느 정도 취향이라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난 취향이 없나 봐..” 이런 고민을 한 적도 있었다. 비슷한 나이인데도 나보다 먼저 취향을 찾고 좋아하는 것이 확실한 사람들이 부러웠나보다.





1.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하는 이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면 그것만큼 답답한 것도 없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걸 따라가야 하니까.


내가 나를 모르는 것 같을 때, 좋아하는 것들을 머릿속에 수집하기 시작했다. 아주 작고 디테일하게! 남들 다 좋아하는 거 말고 구체적으로..


1 펭귄

2 드로잉

3 북유럽

4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5 몰스킨과 에버노트

6 하얀색

...


무언가를 계속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면, 어느새 이유 있는 나만의 취향이 생긴다. 그 취향에 대해 스스로가 정하는 기준이 생기고 그걸 좋아하는 이유가 확실해지면, 점점 내 삶을 감싸는 것 같다. 좋아하면 관심 있게 보게 되고, 따라 하고 싶고, 계속 생각하니까 하고 싶은 것도 생긴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걸 하면 오래 할 수 있다.


일 년 전 독립한 내 집에는 사야 할 목록에 ‘식물’이 가구처럼 차지했다. 14년 전 <펭귄- 위대한 모험, 2005>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빠져 지금은 침대커버가 펭귄일 정도로 펭귄을 좋아하고, 작년부터는 일러스트를 매일 한 장씩 그리는 개인적인 사이드 프로젝트의 닉네임도 펭킴으로 지어버렸다. 글씨 쓸 때 느낌이 좋은 몰스킨 덕분에 매년 기록하는 습관이 생기고, 에버노트 덕분에 길을 가면서도 생각을 메모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의 목표 중 하나는 이 기록을 시작으로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이다.





2.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방법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나는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살펴보면
내가 어떤 인간인지를 알 수 있다.
혼자 노는 사람인가,
아니면 같이 노는 사람인가.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정재승 <열두 발자국> 중 '네 번째 발자국,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


내가 뭘 하고 노는 걸 좋아하는지를 알면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것들을 찾을 수 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무료한 시간이 있을 때 도저히 심심해서 뭐라도 하고 싶어 지는 것, 시켜서 하는 일 말고 내가 밤을 새워가며 해도 몰입이 되는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거다. 책 <열두 발자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을 하나 더 적어보면 이렇다.


"스스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재미있는 걸 찾기 위해 어슬렁거리는 젊은이로, 성취동기로 가득 찬 어른으로 성장하게 하는 길은 그들에게 결핍을 허하고 무료한 시간을 허락하는 것이다. 그들이 방황하면 그 방황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실패하고 사고 쳐도 좋다고 믿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3. 좋아하는 것을 알아야,

싫어하는 것도 알게 된다.



좋아하는 걸 기록하고 기억하면,

시간이 걸려도 언젠가는 하게 된다.

좋아서 시작한 건 진짜가 된다.


그리고 싫어하는 것이 명확해지기도 한다.

처음에 좋았던 것이 지금은 아닐 수도 있다. 당연히.


그래서 관심 없고 싫어하는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기에도 짧은 인생이다. 물론 하기 싫은 것을 거절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럴땐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 있어?”에 대한 나만의 답변과 계획이 있으면 된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구분하고 나면 나를 조금 더 잘 알게 된다.






2년 3개월째 나는 어느 모임에 계속 나간다. 브랜드에 관심 있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브랜드를 스터디하고 토론을 하는 모임이다. 매달 매거진 B를 읽고, 자유롭게 필드트립을 간다. 매거진 B에 실린 브랜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떻게 하면 오래가는 좋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 ‘그들의 공통점은 뭘까’ ‘내가 브랜드라면 어떤 이야기를 가지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올해부터는 토론으로 나눈 이야기들과 브랜드를 스터디하며 알게 된 것, 배운 것, 각자의 생각을 기록하고 꾸준히 글을 남기는 것을 새로운 프로젝트로 만들었다. 내가 이 모임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각자 취향이 다르고, 다름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관심있는 브랜드가 그 달의 주제일 때는 참석한다. 관심없는 브랜드일 땐 참여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좋아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어쩌면 좋아하던 말던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이것 좀 먹어봐, 맛있다니까!” 하면서 자기의 취향을 강요하지 않는 것. 다 똑같으면 재미없으니까! 비슷비슷한 콘셉트와 이야기를 가진 브랜드는 매력 없다. 나를 나답게 만들어 줄 취향이 꼭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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