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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카 Aug 26. 2020

내가 속하지 않은 다른 세계의 매너 관찰하기

서로 다른 매너를 이해하는 방법



집집마다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아주 어렸을 때다.

한 번은 친한 친구의 집에서 잠을 자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나중에 나의 침대 매너를 지적한 일이 생각난다. 어렸을 때 나는 침대 없이 바닥에서 잤다. 그런탓인지 바닥에 깐 이불은 개야 하는 걸 알지만, 침대 위 이불은 정리하는 줄 몰랐던 거다.


자고로 침대란 눕기위한 용도로 방 한쪽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물건이며, 언제 누울지 모르니까 구겨진 이불 그대로 둬도 되는 거 아닌가, 그런 단순한 생각으로 말이다. 뭐, 그때는 좀 억울하기도 하고 민망함에 은근히 눈치를 봤지만, 어쨌든 어린 시절 그 사건은 ‘우리 집에는 왜 침대가 없는가’를 알게 된 첫 문화적 충격이기도 했다.




내가 늘 해왔던 방식을 누군가가 다르게 하거나

그게 중요하다고 인식조차 하지 못하면

몹시 거슬리게 되는 지점이 나에게도 생겼다.


나는 휴지를 걸었을 때 풀리는 면이 벽에 붙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떤 사람은 반대의 방법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그게 대체 뭔 상관이냐는 사람도 있다.


치약을 어디서부터 짜는지, 짜파게티를 끓일 때 물을 얼마나 남길 것인지, 이런 사소한 것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규칙을 타인이 인지하게 하는 것은 어쩐지 조금 겸연쩍은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하나둘씩 쌓이면 큰 싸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당신은...?!

식사를 할 때 아빠는 입 안에 음식이 남아 있는데 말을 하고 싶은 경우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이야기를 하신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던 엄마는 대체 왜 입을 가리냐며 그건 매너가 아니라고 하신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엄마는 손으로 입을 가리는 행위를 싫어하셨고, 굳이 말을 해야 한다면 밥풀이 튀어나오지 않게 알아서 잘하라는 식으로 말했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매너인지 헷갈린다.



유럽여행을 가서 식사를 하다 놀랐던 점도 있었다. 다른 것은 모르겠는데 유독 코를 푸는 것에 아주 관대하다는 인식을 받았다. 우리는 밥을 먹다가 코 푸는 것을 매너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아주 시원하게 푸는게 아닌가. 훌쩍이는 게 더 듣기 싫은 것일까? 그것 또한 헷갈린다. 뭐, 둘 다 별로긴 하지만.



응, 나 듣고 있다구~



카페에 앉아있다 보면

그룹마다 보이지 않는 매너의 규칙을 발견하기도 한다.


어떤 모임이나 3명 이상이 되면 대화를 주도하는 한 사람이 꼭 존재한다. 한 사람이 재밌고 웃긴 이야기를 가져와서 신나게 이야기를 하면 분명히 저 끝에 앉아있는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게 된다. 그러면 내가 니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알맞은 타이밍에 감탄사를 내뱉거나, 그다지 대화가 재밌지 않더라도 다 같이 웃음이 터지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크게 웃어주는 것이 매너이자 사회생활인 것이다.



한 번은 카페에 반나절 동안 앉아있다가 신기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오후 2시쯤이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과 은퇴한 사람들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특이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재밌는 점을 발견했다. 아까 젊은 사람들은 떨어져있던 테이블을 붙여서 모여 앉은 것에 비해, 할아버지들은 쿨하게 카페 테이블 배치의 원상태를 유지했다. 혹 누가 보면 서로 모르는 세 팀이 앉아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들은 자주 벌떡 일어나 자리를 비웠다. 전화는 멀리 떨어져서 받는 것이 예의인 것이다. 그러다 옆자리의 이야기가 궁금하면 벌떡 일어나 서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귀찮게 뭘 붙이나, 그냥 앉게


내가 속하지 않은 다른 세계를 관찰하면 할수록,

은근히 재밌는 매너와 규칙을 발견하게 된다.


며칠 전엔 ‘한국사람들만 이해하는 것’을 보고 빵 터진 기억이 난다.

버스를 기다릴 때 내가 탈 버스가 아니면 눈 마주 치지 않기,

‘휴지 한 장만’ 하면 꼭 두 장씩 빼주기 등등.

나도 모르게 하고 있던 행동이, 다들 그렇게 하고 있었다니. 신기한 일이다.




그러면 또 이런 생각도 든다.

나랑 다른 매너를 가진 사람과 어떻게 잘 지낼 것인가?

꿍짝이 잘 맞는다고 늘 잘 지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잘 맞는 사람보다 나랑 안 맞는 사람이 더 많을테고,

잘 맞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사실 알면 알수록 안맞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


내가 알고 있는 따뜻하면서도 담담한 해결책을 하나 소개하자면 장기하와 얼굴들의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나는 토마토를 좋아하지만
당신은 안 좋아해도 괜찮아요
나는 노홍철을 좋아하지만
당신은 안 좋아해도 괜찮아요

나는 정리정돈을 좋아하구요
밥은 집에서 주로 차려먹구요
설거지는 그 때 그 때 해치우지만
당신은 안 그래도 괜찮아요

나랑 똑같은 것들을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더랬어요
(있었더랬어요)
나랑 정말 잘 맞는 사람이 있었더랬어요
(있었더랬어요)

당신도 결국엔 날 떠날 거잖아요
아무래도 난 상관이 없어요
그 사람마저도 나를 떠났잖아요
아무래도 난 상관이 없어요
당신도 결국엔 날 떠날 거잖아요
아무래도 난 상관이 없어요
그 사람마저도 나를 떠났잖아요
아무래도 난

괜찮아요

- 장기하와 얼굴들
4번째 앨범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의 수록곡 <괜찮아요> 중에서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 멤버로 함께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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