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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강 Aug 03. 2020

그녀에겐 전과기록이 있었다.

직원채용중 겪은 일

패닉은 나의 심신이 완전 고갈되고 더이상 출구가 없다고 느껴졌을때, 내가 감당할수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느껴졌을때 찾아왔다. 두어달에 걸친 실제적, 심리적 시달림에 지친 내게 결정적 큰  파도가 찾아왔다.


풀타임 직원들이 모두 그만두고 파트타임 직원만 남아았는 상황에서 새 직원을 찾기 위한 신문광고와 면접이 계속되고있었다.

누군가의 소개로 일본 중년아줌마가 와서 일주일 일하다가 그만두었는데 그녀는 일본의 대표음식중 하나인 카레라이스도 할줄 몰랐다. 

또 누군가는 면접후 나오기로 한 날 못하겠다고 연락왔었다. 

또 어떤이는 출근후 하루 일해보고 적성에 맞지않노라고 포기하고...


그러다 드디어 한 사람을 찾았다. 

채용하기로 한 뒤 시설과 입소 어르신들을 안내하는 중에 그녀는 호스피스를 받고 있는 한 할머니를 쳐다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나는 속으로 "이 사람이다"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오리엔테이션 기간. 

저녁 반찬으로 계란말이를 부탁했더니 둥그렇게 피자 같은 계란 부침을 해놓았다.

"흠, 계란말이를 처음 해보나? 미국인이랑 살아서 한국음식을 잊어버렸나? 괜찮아, 음식은 하다 보면  배우게 되겠지 뭐"하고 내심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다독였다.

그리고 정식 입사 절차를 시작했다. 


미국에서 케어기버로 일하려면 무엇보다 백그라운드 체크를 해야하고 범죄기록이 없어야 한다. 

절도, 강간, 상해, 경제사범 등의 범죄기록이 있는 사람은 취약한 돌봄 대상에게 언제든지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년간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중에 나는 아직도 이 문제로 채용을 취소해야 하는 경우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런데...

월요일에 지문을 찍고 조회 신청을 하고난 이삼일 뒤. 이메일로 조회 결과가 왔다.

평소처럼 A4용지에 간단하게 몇 줄로 되어있는 게 아니라 한 장 가득 뭔가가 쓰여있다.

"이게 뭐지???"

통보서에는  아동방임죄, 폭력 및 상해죄, 사기죄 등과 같은 범죄기록들이 적혀있었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닌 세 개씩이나!!

많이 당황한 나는 그녀에게 소리쳤다. 

"어떻게 된 거예요? 이게 뭔 일이래요? 범죄 기록이 있다고 나왔네요? 전과가 있으면 있다고 미리 말해줬어야지요ㅠㅠㅠ.. 아, 이젠 어떻게 해야하지???..."

황당해하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한번 으쓱해할뿐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몸통 아래쪽, 그러니까 대충 아랫배 쪽이라고 해야 하나?

쏴한 기운이 (뜨거운 것인지, 차가운 것인지 모르겠다.) 느껴지며 그 기운은 몸통 전체로 퍼지며 아득해졌다. 

그때의 느낌은 뭐랄까.. 

"꼭 죽을 것만 같다."라는 표현 외에는 다른 표현을 못 찾겠다. 

서있을 수가 없었다. 

금방 어떻게 될 것 같았다. 쓰러질 것 같아서 굴러가듯 달려가 침대에 누워야 했다.

누웠지만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눈을 감으면 아득히 저 밑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지난 두 달여 동안 이어진 직원들의 퇴사,

그들 중 한 명과 겪었던 쓰라린 경험, 

직원 부족으로 인한 하루 24시간의 과도한 근무상태, 

그리고 어려웠던 직원 채용의 과정들,

이어진 새 직원의 전과와 자격 불충분...


나의 무의식은 이 상황을 통제 불가능으로 해석했는지 모르겠다.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은 없다고 느꼈던 것 같다. 
패닉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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