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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강 Aug 23. 2020

코로나 비상이 걸렸다.

우리 집 안으로 까지 접근한 코로나 상황

그동안 잘 버텨왔었다. 정부 지침에 따라 데이케어에도 안 보내고 가족 방문도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 단속을 잘해오고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기본적으로 외부인과의 대면접촉을 제한하다 보니 스트레스는 쌓일망정 코로나로부터는 자유로웠다. 

하지만 각자의 집에서 가족들과 같이 지내며 쉬는 날이면 친구들과 만나고 있는 직원들과 우리들이 문제였다.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은행 볼일과 홈디포 같은 곳을 다녀올 때마다 아무리 마스크를 쓴다 해도 완전하게 차단될지는 의문이었다. 

게다가 직원 중 한 분은 일요일마다 친구들과 골프를 치고 있었다. 필드에서야 문제 될 게 없겠지만 19홀, 이를테면 골프 후 갖게 되는 식사자리가 늘 위태롭게 보였었다.

그것이 드디어 일이 생기고 말았다. 함께 골프를 친 멤버 중 한 사람이 삼사 일 전부터 열이 난단다.

그 멤버와 함께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한 직원은 어젯밤 늦게 전화로 그 사실을 알려왔다.




광복절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확산된다는 소식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참이었다.

하루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여전히 정신없는 사람들은 바이러스를 사방에 흩뿌리고 다니고, 수원에 사는 동생으로부터는 같은 아파트의 같은 동에서 확진자가 생겼다는 걱정스러운 소식을 듣고 있었다.


한국에 비해 이곳이 잠잠한 것은 확진자수가 적어서거나 방역을 잘해서가 아니고 각자도생의 방침(?)하에, 그리고 조밀하게 붙어서 살고 있지 않은 탓에 체감되지 않는 숫자로만 상황이 대변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중에 사람들은 점점 무감각해지기 시작했고 '내 일'이 아닌 '남의 일'로 느껴지고 있었던 거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데이케어로부터 오는 상황 점검 전화에 "예, 아무 일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면서 그것이 주는 "아직까지는 안전"하다는 의미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무뎌지는 것에 더해서, 제한된 일상이 주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덜어보고자 2박 3일 캠핑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캠핑사이트에 예약을 하고, 각별하게 대면접촉을 피하며 청정하게 지낸다고 여겨지는 지인 두 가족을 초대했다.

물론 캠핑은 야외활동이고 각자 텐트에서 잠을 잘 것이기 때문에 밥 먹을 때만 조심하면서 마스크를 사용한다면 크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저녁 늦게까지 다음주초에 있을 캠핑에서의 메뉴를 의논하던 중이었다.


"일이 복잡하게 되었어요."로 시작된 직원의 전화로는 친구가 삼사 일 전부터 열이 난다고했다. 일요일에 같이 골프를 치고 수요일부터 열이 났다면 직원인 그녀도 노출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그녀와 지난 4일간 접촉한 우리도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직원도 우리도 아직은 아무런 증상이 없다.

열이 난다는 사람은 토요일인 오늘 검사를 예약했단다. 직원과 그녀의 딸은 내일 검사할 예정이란다.


자,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우선 스텝 모두는 잘 때와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쓰기로 했다.

우리 모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더라도 노출 양을 줄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녀들의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지. 

스텝이 일요일 검사를 하면 2-3일 걸려 결과를 받을 때까지 그녀는 출근할 수 없다. 그 일은 모두 내 몫이다.

할 수 없는 일이다. 삼사일 내 할 일이 늘어나더라도 부디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금 우리는 아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관성에 의한 반복된 일상으로 그것의 엄중함을 못 알아보고 있을 뿐이다.

만약 시설인 우리집에서 돌보는 우리 모두가 코로나에 노출이 되었다면 돌봄을 받는 분들도 그대로 노출이다. 

그들은 늙고 병들고 코로나와 싸울 힘이 전혀 없는 분들이다.


아찔하다. 입에서 기도가 저절로 나온다.

직원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지만 그녀를 탓할일만은 아니다. 

다만 그녀 말대로 사태의 엄중함을 알고 우리 모두가 나와 우리 모두를 위해 각별하게 조심해주어야 한다.

그게 우리 모두의 할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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