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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천 Jul 23. 2021

5. 히데의 묘지에 다녀왔다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 요코스카, 2014년 7월 24일

타코 가게 주인 분께서 남겨 주신 메모를 여정표 삼아 히데의 묘지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40 여 분을 달려 미우라카이간 이란 생소한 역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탔다. 이번에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달려 도착한 히데의 묘에는, 워낙 더웠던 날이라 아무도 없었지만 그를 기리는 팬들이 얼마 전 남겨 놓은 듯 아직 채 시들지 않은 꽃다발과 담배 몇 갑이 놓여 있었다.


비석 색깔이 변하지 않도록 물이나 향은 뿌리거나 피우지 말아 달라는 안내문에 따라 헌화만 하고 잠깐 기도를 올렸다. 상표명은 바뀌었지만, 생전에 즐겨 피웠다던 담배 한 갑을 포개어 놓아 내 고교시절의 소중한 동행이었던 그를 추억하고 왔다.


진짜 묘지는 따로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관광지도 아닌 고인이 잠든 묘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건 실례라고 생각해 묘지가 있는 곳의 버스 정류장 사진만 남긴 채 돌아왔다.

오후쯤 요코스카를 떠나 요코마하로 향했다. 물집이 터져 아픈 발을 이끌고 당일 저녁에 겨우 예약한 캡슐호텔에서, 운석을 연구하는 할아버지와 만나게 되었다. 이것도 인연일까? 마침 시부야의 어느 백화점 이벤트 코너에서 산 작은 운석 조각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우주 형제』라는 만화와 관련된 이벤트였다. 잘 됐다 싶어서, 할아버지께 운석 조각을 감정받았다. 


진짜이긴 하지만, 샀던 가격처럼 그리 값진 건 아니었다. 운석도 종류에 따라 가치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그래도 진짜 우주에서 온 게 틀림없는 물건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에 상당히 들뜬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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