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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천 Jul 25. 2021

2. 미도 카페

[어쩌다 보니 별 계획 없이] 홍콩, 2018년 4월 28일

아침부터 여행객들로 붐비던 '미도 카페'에서 합석했던 그녀는, 나처럼 이번 연휴에 가장 싼 티켓을 찾다가 홍콩에 오게 되었고, 별 계획은 없었고, 홍콩에 큰 기대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나처럼 걷는 걸 좋아했고, 트래킹을 좋아했고, 낯선 곳을 여행하는 걸 좋아했고, 비싼 쇼핑을 하는 걸 즐기지 않았고, 다른 대륙에도 다녀왔었고, 별 계획 없이 왔어도 금세 어디로 갈지 정하고 움직였다. 아마도, 그녀도 나처럼 무계획을 제법 즐기는 여행자였던 것 같다.


카페에서 제법 괜찮았던 브런치를 먹고, 전철역까지 잠시 같은 길을 걸으며 서로의 여행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전철 안에서 우리는 헤어져 서로의 목적지로 향했다. 타지에서 안면을 튼 여행객끼리 으레 그러듯 이름도, SNS 주소도 묻지 않고. 아마도 서로 꽤 많은 여행 경험을 통해, 여행지에서의 인연을 굳이 억지로 이어나갈 필요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을지도. 잠시나마 즐겁게 서로의 여정을 공유했던 여행친구면 된 거겠지.


지루한 생업에서 잠시나마 벗어난 게 너무 좋아 해맑게 웃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나도 비슷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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