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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천 Jul 26. 2021

1. 원시의 섬에 가보기로 했다

[파도의 섬, 안개의 숲] 카고시마, 2018년 6월 13일

회사를 사실상 그만두고, 첫 여행. 카고시마를 거쳐 야쿠시마에 며칠 묵는다.


전날 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지금이 그럴 때냐는 말에 난 짜증이 채 풀리지 않은 채로 도착한 날. 스스로 앞가림하면서 내 돈과 시간을 써서 원하는 걸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지? 하지만 나도 모르게 울컥한 걸 보면 내 무의식 속에도 무직인 상황에서의 여행에 대한 의문과 부담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남는 건 돈이 아니라 경험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막상 눈앞에서 통장 잔고의 일부가 사라지는 걸 마주할 때의 공포감은 다른 이야기니까.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입장 같은 거 생각하지 않고 내 욕심만을 위해 고민해보고 싶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난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멋대로 살고 싶지만,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성인으로서의, 그리고 부모님을 실망시키기 싫어하는 자식으로서의 부담감을 차마 떨쳐버리지는 못하고 있다. 어느 쪽으로 가고 싶은 걸까.


아마 야쿠시마의 숲 속을 걸으면서도 결론이 나지는 않겠지. 그렇게 쉽게 결론이 날 고민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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