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천 Jul 26. 2021

5. 기상악화로 인한 결항

[파도의 섬, 안개의 숲] 야쿠시마, 2018년 6월 17일

파도가 높아 배편이 모두 결항되었다.


말로만 듣던 '기상악화로 인한 결항'이란 사건을 경험해서, 사실 돌아갈 걱정보다는 즐거움과 재미가 앞섰던 하루. 대부분 숲으로 가기 위한 경유지, 베이스캠프 정도로만 여기는 마을을 찬찬히 산책하며 눈에 새기고, 숙소에서 여유로운 낮잠도 즐기며 별 거 하지 않은 채 하루를 보냈다.

어제에 이어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하고, 걷지 않은 곳을 걷고, 별 하는 일 없이 마음 편하게 빈둥거리고. 특가 세일로 잡은 카고시마 시내의 꽤 좋은 호텔 1박과 쇼핑의 기회는 날아갔지만,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 괜찮았던 순간이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어제 못 갔던 맛집은 오늘은 아예 문이 닫혀있었다. 대신 들어간 야키니쿠 집은 꽤 훌륭했다. 지역 특산물이 으레 그렇듯, 사슴고기는 좀 질기고 시큼했지만.

어제 너무 무리해서 다리 상태가 말이 아니다. 오른쪽 발목이 꽤 시큰거린다. 이런 발목 상태로 다음 달쯤 오랜만에 할 계획인 장거리 여행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다.


파도가 잠잠해진다면 내일 오전에 카고시마까지 배편으로 돌아가 오후에 출국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4. 완벽한 10분을 위한 15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