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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천 Aug 06. 2021

16. 이야기를 꽃피운 날

[9288km] 시베리아 횡단 열차, 2018년 8월 10일

하루 종일. 별 다른 하는 일 없이.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열차에서 만난 친구와 두서없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하도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 탓에 제법 지쳐 일기를 쓸까 말까 미룰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펜을 들었다.


Y랑 꽤 오랜 시간 일본어로, 가끔은 한국어로 서로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어쩌다 보니 한국과 일본의 사회문제와 공산주의에 대한 의견 등에 대해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이 깊고 많은 걸 보고 겪은 친구였다. 언젠가 Y군의 고향인 나고야에 가면 Y군의 조모님이 운영하신다는 장어집에 들르기로 했다.


한국 생활도 오래 한 탓에 요새 매운 게 땡긴다는 말이 기억나, 마지막 남은 전투식량 비빔밥을 선물로 줬다. 물 양 맞추는 데는 실패한 것 같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는 것 같아 기쁘다.


너무 피곤해서 더 길게는 못 쓰겠다. 애초에 열차에 탔을 때 하려고 했던 건 전혀 못했지만, 횡단 열차 여행에 가장 어울리는 일상처럼 하루를 보낸 날.


이야기를 꽃피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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