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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천 Aug 07. 2021

17. 열차 안에서의 마지막 밤

[9288km] 시베리아 횡단 열차, 2018년 8월 11일

하루에 한두 번씩 바뀌는 시차 탓에 평소보다 긴 하루를 보낸 지 며칠 째.


새벽에 Y군과 잠이 덜 깬 눈으로 이별 인사를 나누고, 그의 일행들이 모두 예카테린부르크에 내린 후 남은 하루 동안 러시아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조용히, 평화롭게 시간을 보냈다. 7시간 정도 후면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모스크바에서의 일정이 남아있지만, 사실상 이번 러시아 여행은 모스크바 역에 열차가 멈추면서 끝난다. 언제나 그렇듯, 여행이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내가 돌아가야 할 현실은 어디일까. 내가 찾아가고 싶은 현실은 어디에 있을까. 여행 속에서 고민의 답을 찾을 수는 없겠지. 항상 고민 그 자체를 깨달을 뿐.


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슨 고민을 하고 싶은 건지 깨닫기 위해, 나는 많은 걱정을 안고서라도 항상 용기를 내어 낯선 땅에 발걸음을 내딛는가 보다.


열차가 많이 흔들린다. 눈꺼풀이 감겨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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