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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천 Jul 23. 2021

1. 공항 천장이 제법 높다

[첫 출근을 앞두고] 인천 국제공항, 2016년 6월 18일

일상이 끝나고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에도.

인천 국제공항 탑승구 주변은 한밤중, 아니면 내일 아침 일찍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제법 붐볐다.


대기 구역의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몇 시간을 기다리는 피곤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어딜 그렇게 가고 싶은 걸까. 여행이란 것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떠날 때마다 항상 이게 잘하는 짓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보고는 한다. 돌이켜보면 확신에 차 여행길에 나선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매번 가길 잘했다고 생각하니까 다시 이 고달픈 여정을 되풀이하는 거긴 하지만.


내일 아침 도쿄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 국제공항에서 노숙 중이다. 아마 편히 쉬다 가지는 못할 테니 내일 하루는 꽤 피곤할 것 같다. 새로운 회사의 첫 출근 전날 귀국이 좀 빠듯한가 싶기도 하고. 자취방 문단속은 잘하고 왔나, 전기레인지 스위치는 제대로 끄고 왔나 걱정도 되고. 아버지의 염려 섞인 말씀도 자꾸 걸리고.


많은 걱정 속에 공항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 억지로 잠을 청해 본다. 그래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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