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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천 Jul 23. 2021

1. 소중하고 엉망이었던 하루

[늦봄, 숲소리] 교토, 2017년 5월 4일

차마 놓지 못한 일상 속의 미련과, 아마 지나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닐 짜증을 떨쳐내지 못한 채 올해의 첫 여행을 시작했다. 교토는 기억하고 있었던 것보다 번화하고 복잡한 곳이었다.

재작년의 100일 여행에서 터득했던 여행의 기술을 깨끗이 잊어버렸는지, 이제 하지 않겠다던 랜드마크 쫓아다니기로 여행의 첫 날을 마무리 지어버렸다. 전날 숙면을 할 거라고 인천공항 앞 숙소에서 묵고도 잠을 설쳐 하루 종일 머리는 지끈거렸고, 기계적으로 찾아간 두 관광지는 개장 시간이 다 되거나 쉬는 날이었다.


그나마 조금은 나아진 거 같았던 친구 사귀는 방법도 다 잊어버렸는지 서로의 하루를 공유하느라 소란스러웠던 여행객들 사이에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꽤 쓸만하게 다듬어졌던 영어 실력도 어느새 제자리로. 나만의 여행 방법을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 소중한, 엉망이었던 하루.


나머지 날들은 나만의 교토를 추억하게 되기를.

덧, 예정대로 찾아간 어느 관광지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예정에 없던 예쁜 꽃밭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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