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 숲소리] 교토, 2017년 5월 7일
여행 중의 저녁에는 꼭 한잔 하고 싶어진 건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그냥 술이 좋아진 걸까?
금각사에 들렀다가, 아라시야마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경치를 발견한 날.
아라시야마는 기대했던, 상상했던 교토와 가장 닮아있는 곳이었다. 숲소리 가득한 곳.
여행 중 하루 정도는 좋은 숙소에서 묵으며 좋은 저녁을 먹자는 나름대로의 원칙에 의해, 오늘은 역 근처 호텔에서 코스요리를 먹고 썩 괜찮은 다다미 방에서 잠을 청하려 한다. 하루 정도는 평소 수입에 비해 부담스러운 곳에서 묵어보는 것도 좋다. 결국 남는 건 돈이 아니라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고급스럽지만 양이 적었던 저녁이 아쉬워 밤 산책 겸해서 편의점에서 간식거리와 일본주를 사 와서 한잔. 약간 취한 채로 심야 TV 프로를 보고 있다. 일본 광고는 가슴에 남는 게 많다. 누가 캐치프라이즈를 쓰는 걸까? 누가 사진을 찍고 영상을 그리는 걸까? 치열한 제작 현장을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