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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천 Aug 17. 2021

2. 프랑크푸르트에서의 하루

[100일 여행] 프랑크푸르트, 2015년 8월 13일

프랑크푸르트 둘째 날.


숙소 근처에서 가입한 보다폰 유심칩으로 인터넷이 안 돼서, 오전부터 예정에도 없던 콘스타블러바헤 역 근처의 보다폰 대형매장까지 가야 했다. 덕분에 근처에서 하고 있던 광장 축제를 구경하다가 노점에서 맛있는 산딸기 케이크를 먹을 수 있었지만.

콘스타블러바헤(Konstablewache) 역

승객과 택시기사의 몸싸움을 목격했다. 무임승차라도 하려다가 걸렸는지 다급하게 도망치려 하는 승객과는 달리 여유롭게 그를 붙들어 맨 운전사 분의 표정에는 장난기마저 엿보였다. 어쩌면 보이는 거랑은 다른 상황이었을지도?


자전거를 타고 가던 어떤 여자분이 뒷좌석에 실은 슬리퍼 한 짝을 떨어뜨렸다. 돌려줄 거라고 슬리퍼 한 짝을 손에 쥐고 한여름의 햇볕 아래 죽어라 뛰었다. 8월의 프랑크푸르트는 서울의 여름만큼이나 무더웠다. 거리에는 한낮의 열기를 참지 못해 웃통을 벗고 한 손에 맥주병을 들고 다니는 독일 청년들도 몇몇 보였다.


결국 돌려주지 못한 슬리퍼 한 짝을 손에 들고 한동안 프랑크푸르트 시내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어야 했다. 땀범벅이 된 탓에 빨랫감만 늘어버리고. 달리는 자전거를 따라잡을 수 있을 리가 있나.


뢰머 광장을 구경하고 돌아오던 길에 아주 오랜만에 성당에 들어가 명상도 해봤다. 종교인으로서의 뜻은 없지만, 성당 안의 고요하고 엄숙한 분위기는 참 좋아한다.

랜드마크라길래 괜히 한번 들러본 유로 타워
중세 구 시가지의 모습이 남아 있는 뢰머 광장(Römerplatz)

이제 100일 여행 이틀째인데 오늘 하루만 해도 평소에 겪어보지 못한 많은 일이 일어났다. 저녁에는 이렇게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맥주 한 잔 하면서 일기도 써보고. 아무래도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 여행이 될 것 같다.


내일은 룩셈부르크에 간다. 거기도 더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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