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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Jul 21. 2024

드디어 간다, 꿈꾸던 그곳으로

꿈에 현실이 더해지는 순간, 낭만은 걱정과 함께 온다.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


듣기만 해도 설레는 말, 해외살이를 준비하는 내내 나는 저 말을 품고 살았다. 20년 넘게 바라왔던 일이 곧 이루어지는 게, 스스로 그 순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게 꽤 설렜으니까. 필요한 정보를 찾는 거부터 해외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거까지. 평소에는 싫어하던 일도 해외살이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즐겁기만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설렘을 쌓아갔다. 지금껏 꿈꿔온 소망의 크기에, 나갈 준비를 하며 그린 모습까지 더해서. 그래서일까, 매일매일 하루빨리 출국하는 날이 오길 바랐다. 해외에서 보낼 하루하루가 기대돼서 한국을 떠난다는 슬픔은 하나도 없었다. 지인들을 만날 때도, 집을 떠날 때도, 가족과 공항에서 마지막 인사를 할 때도. 그저 기대에 부풀어 오른 나만 존재했다.


비행기에 탑승하던 순간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나였는데, 막상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에 겁이 났다. ‘지금 나가는 게 과연 잘한 선택일까, 나중에 후회하진 않을까,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하고. 설렘과 기대에 빠져 살다 비행기를 타는 순간, 혼자 낯선 곳에 간다는 현실을 실감했다. 사실을 실감한 뒤, 그제야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래서일까, 비행기를 타던 순간부터 신경이 곤두섰다. 이러려고 내가 해외를 가는 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내 몸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새로운 곳을 향한 설렘보다 잘 해낼 수 있겠지? 생각에 사로잡혀서. 그 생각에 처음 해외로 이륙하던 순간을 놓쳐 버렸고, 한동안은 바깥 풍경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그냥 '간다, 진짜 이제 간다, 잘 해내자!'만 되뇌었을 뿐.


그렇게 한 시간쯤 흘렀을까, '이건 아니다,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내 결정에 스스로 책임지면서 성장하고 싶다고 한 선택인데, 이대로라면 내가 꿈꾸던 해외 생활은 그대로 훌훌 날아가 버릴 것 같아서. 이건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었으니까. 잘 살아낼 거라고, 많이 성장해서 돌아올 거라고 다짐만 해도 모자란 시간이니까.


비행기 안에서 바라본 밤


그래서 그 마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동전에도 앞면과 뒷면이 있듯 새로운 일에 설렘과 걱정은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거라고. 어쩌면 지금껏 꿈꿔온 시간과 다를 수도 있지만 그 시간마저 내가 성장하는 과정일 거라고. 그렇게 그 시간을 살다 보면 또 준비할 때처럼 설렘과 즐거움도 찾아올 거라고.



그 마음을 먹은 뒤에야 비로소 까만 밤하늘의 평온함을 즐길 수 있었다.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는 설렘과 함께.





그 마음을 담아 썼던 그날의 글.


지금 시간은 10:24p.m., 나는 밤하늘을 난 지 2시간 반 째. 처음으로 한국을 뜨는 이 순간을 남기기 위해 메모장을 켰다. 처음 하는 것들 투성이어서 긴장도 되고, 시간도 다소 걸리지만 그래도 더 늦기 전에 행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싶다.


처음 한국을 뜨는 그 순간을 눈에 담고파 창가 자리에 앉았는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뚫어져라 쳐다보면 조금씩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 보인다. 까만 밤하늘에서 별들을 찾은 것처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이 시간 동안 좀 더 신경 써서 놓치고 갈지도 모르는, 지나칠지도 모르는 그런 것들도 경험하고 눈에 담고 싶다.


20대 끝자락쯤에서 안정적이고 편한 것을 포기한 선택이니 여건 내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성장하고 싶다. 부디 이 선택이 후에 돌이켜 봤을 때 20대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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