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의 일상과 가족
내 인생을 아주 오랜기간, 그리고 일정기간, 그리고 짧은 기간을 행복하게 해준 세명의 '이X세'가 있다.
오랜기간, 그리고 지금도 날 행복하게 해준 사람 : 이문세
아직도 생각이 난다. 고2때였던가? 그때 이문세4집 앨범을 사서(카세트테이프였을 것이다) 정말 늘어지도록 들었던 기억. 젊은 친구들은 테이프가 늘어지게 들었다는 걸 경험해 보지 않았겠지만 반복해서 정말 많이 들으면 테이프가 늘어져 소리가 슬로우비디오로 나온다. 암튼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30년이 훨씬 넘었지만 난 아직도 A면, B면의 곡 순서를 다 얘기할수 있다. '사랑이 지나가면'으로 시작해 '그녀의 웃음소리뿐'으로 끝나는(그당시 모든 앨범에 의무적으로 삽입해야 했던 건전가요는 뺐다. 참 웃기는 시대였다) 명반중에 명반. 단 하나의 곡도 버릴게 없는 아름다운 앨범이다.
이문세는 그때부터 지금 현재까지 날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난 내 장례식에 틀어줬으면 싶은 곡이 몇곡 있는데 그중에 절반은 이문세 노래다. 더 정확히는 고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라고 해야겠지. 음악평론가는 아니지만 그분의 곡은 섬세하면서도 대범하고 올드하면서도 세련되다. 도대체 어떤 이별을 했기에 저런 감성의 노래를 만드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오늘따라 더이상 이영훈 선생님의 곡을 들을수 없다는게 서글프다.
일정기간, 내 청소년기를 행복하게 해준 사람 : 이현세
만화를 예술의 장르로 승격시킨 두사람을 꼽자면 난 허영만 선생님과 바로 이분 이현세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난 만화를 즐겨보는 학생은 아니었다. 만화책보다는 참고서와 문제집을 더.... 나 스스로도 재수없네. 그만하겠다.
암튼 이현세 선생님은 만화가 소설이상의 스토리와 길이를 가질수 있다는 걸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증명하신 분이다. '공포의 외인구단', '남벌', '천국의 신화' 외에 셀수없는 명작으로 내 청소년기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셨다. 이제 어른이 되서는 만화를 보지 않기에 추억으로만 남았지만 그당시 그런 작품들을 보면서 가슴벅찼던 기분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짧은 순간이지만 너무 행복하게 해준 고마운 사람 : 이와세
풀네임은 이와세 히토키이다. 왠지 이건 좀 억지일거 같아 짧게 마무리하겠다.(이놈의 라임욕심은..쯧쯧)
이와세는 일본 프로야구 선수다. 구체적으로는 그 당시 일본 최고의 좌완 마무리투수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준결승에서 우린 일본과 만났다. 이와세가 얼마나 대단한 마무리 투수였냐면 일본이 리드하고 있을때 이와세가 나오면 역전가망이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와세는 그 짧은 올림픽 기간동안 날 행복하게 해줬다. 이와세가 나왔지만 우리는 역전했다. 아직도 '이와세를 무너뜨렸습니다.' 하던 앵커의 외침을 잊을수가 없다. 참 고마운 이X세다.
쓰다보니 재밌다. 이 '이름으로 기억하는 글'은 시즌제로 시리즈로 생각날 때 마다 써야겠다. 오늘 글은 놀러와서 파도를 보며 잡담하듯 쓴 글이니 그냥 웃고 넘기시길 바란다. 나도 쓰고나니 웃음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