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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업본부장 한상봉 Nov 08. 2023

이보다 가성비 좋은 거래는 없었다 - 알래스카 매입

영업사원의 눈으로 본 역사를 뒤바꾼 거래들

우리가 정치인을 잘 뽑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를 대신해서 미래를 위한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한명의 영업사원이 회사전체를 먹여살리는 경우도 흔하고 존재만으로 그 회사의 가치를 무한대로 상승시킬 수 있음을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등의 예를 통해 절감하고 있지 않은가?


국가든 회사든 혹은 가족이든 무언가를 결정할 때 중요한 건 미래가치일 것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듯 해도 시간이 흐르면 그 가치를 몇배, 몇십배, 몇백배 아니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결정. 문제는 그것을 정확히 판단하고 반대를 무릅쓰고 강하게 추진하고 결국은 성사시킬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알래스카 매입은 위에서 얘기한 그 모든 걸 마치 교과서처럼 보여주는 역사적 거래다. 이제 왜 알래스카의 매입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고 누군가에게는 땅을 치고 후회할 역대급 가성비 거래였는지를 영업사원의 관점에서 하나씩 파헤쳐 보자. 이 거래에 1867년 그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윌리엄 슈어드라는 불세출의 딜러가 등장한다.



1. 바보야 중요한 건 미래가치야

알래스카는 한반도의 7배에 달하는 거대한 땅이다. 하지만 춥고 그 당시는 당연히 미개발지인 만큼 그냥 황량한 땅덩어리에 불과했다. 석탄을 조금씩 생산하고는 있었지만 본격적인건 아니었고 원주민부터 야생동물까지 관리자체가 힘들고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반대자들로부터 당연히 분출 됐다.


그런 땅을 돈주고 산다고? 그것도 요즘가치로 보면 10조원이나 주면서? 미친거 아냐?


슈어드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미래가치를 봤다. 밖으로 나와서 느껴지는 체감온도는 춥지만 그 밑에 감춰져 있을 특정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광물과 그 광물의 매장량을 보았을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알래스카는 무궁무진한 석유와 구리와 같은 돈되는 광물, 그리고 세계 매장량의 10분의 1에 달하는 석탄이 있는 금싸라기 땅이다.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다. 후술하겠지만 알래스카를 판 러시아가 남진을 위해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던 땅이기도 했다. 또한 그 땅을 뺏겼다고 생각한 영국이 너무나 아쉬워 했던 전략요충지였던 것이다.


슈어드에게 중요한 건 미래가치였을 것이다. 불과 100여년이 지난 지금의 관점에서 봐도 100이면 100 했어야 할 거래라는 걸 슈어드는 미래가치에 중점을 두고 밀어부친 것이다. 아마 슈어드가 현재에 살고 있다면 미래가치에 투자하는게 원칙인 주식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영업을 하다보면 눈앞의 이익과 수주를 위해 미래가치를 못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사이트를 수주하면 뒤에 따라올 수없이 많은 영업기회가 생길 수 있음에도 적정한 가격이 아니라는 이유로, 때로는 고객이 무상으로 제공하길 원한다는 이유로 포기를 하고 땅을 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공공영업의 경우에는 실사례도입의 경험과 어필을 위해 무상으로 제품이나 프로젝트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미래가치를 보는 것이다.


알래스카 거래는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더 나아가 역사를 바꿀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 지피는 백딜 불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로워 지지 않는 다는 유명한 말이다. 거래에선 어떨까? 나를 아는 지기는 당연한 일이고, 상대를 아는 지피를 하면 백번거래를 해도 절대 손해 보지 않을 것이다.


슈어드는 알래스카를 소유하고 있던 러시아의 상황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었다. 지피했던 것이다.


당시 러시아는 영국과 오스만제국의 연합군에게 패해(나이팅게일로 유명한 크림전쟁이다) 재정적으로 커다란 위기가 있었다. 게다가 알래스카는 당시 영국령이었던 캐나다와 접해 있기에 러시아로서는 관리 자체가 힘든 땅이었다.


상대가 가지고 있는 약점을 거래에 이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러시아는 위에서 말한 어려운 상황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차에 엄청난 금액을 받아가며 골칫거리 땅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 그 거래를 성사시킨 러시아 책임자는 본국으로부터 훈장을 비롯해서 크게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블랙코미디인가?


슈어드는 영국의 상황도 잘 알고 있었다. 영국이 미국과 러시아의 거래에 간섭하고 개입하지 않을 것을 미리 알았다. 당시 영국의 군주였던 빅토리아 여왕이 남편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 정사를 잘 돌보지 않았던 것을 간파했기에 러시아와의 비밀협상이 가능했던 것이다. 나중에 영국은 너무나 화가 났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다. 거래 당사자 뿐 아니라 주변상황까지도 세심하게 살피는 슈어드의 능력이 드러난 것이다.


고객이 꼭 이 제품을 필요로 하는 걸 알고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영업사원은 행복하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은행들이 해킹으로 인해 문제가 되었을 때 방화벽을 판매하던 우리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협상도 밀당도 없었고 그런 노력을 할 필요도 없었다. 거래 당사자의 상황이 어떤지를 너무 잘알고 있었으니까.


영업사원은 항상 고객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게을러서는 안된다. 그리고 고객과 우리를 둘러싼 더 큰 환경, 즉 거시적인 환경을 파악하는 데도 게을러서는 안된다. 그게 사회적 분위기든 법령이든 제도든 무엇이라도 말이다. 항상 공부해야 하는 건 의사만이 아니다. 


3. 거래에 필요한 정신승리도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알래스카를 매입한 매입대금은 지금으로 치면 10조원 정도였다. 일단 돈이 관계된 정부정책, 그것도 천문학적인 금액일 경우엔 반대세력들이 창궐하는 건 당연하다. 


거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한 윌리엄 슈어드는 반대세력으로 부터 '슈어드의 바보짓' '슈어드의 냉장고'등의 놀림을 받기도 했다. 매입대금을 승인해 줘야 하는 의회가 승인을 안해줘서 몇달간 거래가 지연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나 역설적인가? '슈어드의 바보짓'은 지금은 알아주지 않지만 나중에 크게 재평가 되는 사람을 일컷는 관용어가 되었다.


반대자들의 반대를 경청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만약 본인의 판단으로 확신이 들어 신념이 된다면 가끔은 정신승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계속 밀고 나가는 뚝심도 당연히 필요하다. 좌 정신승리, 우 뚝심으로 회사내의 반대자들의 반대를 무마하고 결과를 얻어내는 것. 이것 역시 현대의 딜러나 영업사원들의 필수 함양 요소가 아닐까?


윌리엄 슈어드는 거래를 끝내고 몇개월 뒤에 국무장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정도로 비판을 받았고 거래를 계속 후원하던 앤드류 존슨 대통령은 탄핵소추까지 당했다. 한표차이로 실제 탄핵은 면했지만 그 정도로 이 거래는 그 당시 환영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를 성사시킨 슈어드의 뚝심과 신념에 존경을 보낸다.



알래스카는 1971년에 발견된 확인된 석유 매장량만 45억 배럴이고 이건 한화로 250조원이다. 매년 관광수입만 3억3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황금의 땅이기도 하다. 거래가 성사된지 백수십년이 훨씬 지났지만 그 가치평가는 진행형이다. 이 정도면 역사를 뒤바꾼 거래임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미래가치를 보는 눈이다. 미래가치를 보는 제대로 된 혜안이 있을 때 상상을 뛰어넘는 가성비 거래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우리가 컴퓨터를 살때, 자동차를 살때, 집을 살때도 가성비는 중요하다. 가지고 있는 것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것들을 잘 파악하고 그 지출을 최대한 줄이면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거래. 알래스카 거래는 그걸 우리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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