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야요의 [박치기 양]을 읽고,
완연한 봄이 인사도 없이 안방을 차지한 느낌의 오후에 주문한 책이 왔다.
바로 아우야요의 [박치기 양]이다.
실은 며칠 전, 글벗이 출간작가인데 그의 책을 읽어보려 하지 않는 무심함이 퍽 당황스러웠다.
매일 찾아가 한 마디씩 넌지시 던지며 하루를 공유하는 친우라는 작자를 작가는 참으로 헛되게 보았을 것 같다. 뒤늦은 깨달음으로 그의 여러 책 중 최근의 책 [박치기 양]을 냉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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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기 양을 받아 든 순간, 그림작가 특유의 그림체와 색감으로 기분이 좋았다. 매일 보는 아우야요 작가의 그림일기와는 다르다. 서랍 속 그림을 올리는 그림들과도 다른 결이다. 여하튼 택배로 받아 든, 가로로 길쭉한 사이즈의 독특한 박치기 양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훑어보았다. 책을 느리게 읽는 나에게 어쩜 이리도 매력적인지!! 금세 한 권을 맛보았다. 웃음이 나온다.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천천히 글과 그림을 보고 읽으며, 놀라지 마시라!! 신비한 경험을 한다.
있지도 않은 미래의 손주들에게 읽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동화라 그랬겠지만 훗날의 나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을 내가 먼저 본다고 생각하니 즐겁기만 했다.
[박치기 양]이
타임슬립을 하게 하는 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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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기 양은 철없이 박치기를 일삼으며 먹을 것을 빼앗는다. 겁 없고 무모한 박치기 양은 늑대 가족에게서도 먹을 것을 가져가는 무서운 양이다.
그 무대책 막무가내 박치기 양은 열매 씨앗이 싹을 틔우고 나무가 되고 또다시 열매를 맺는다는 걸 알고 씨앗을 뿌리며 다닌다.
함부로 남의 것을 가져가지 않고 직접 키워 열매를 나누어 먹는 박치기양은 활동력 만렙인 거다.
아이들이 읽는다면 함께 나누는 기쁨과 스스로 일을 해야 얻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될 좋은 교훈을 준다.
나에게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이후, 정말 오랜만에 읽은 동화책으로 내 마음을 과거로도 미래로도 시간여행을 하게 했다.
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고 언제일지 가늠도 안되지만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읽어 줄 아우야요님의 동화책은 내 책장 안으로 계속 들어올 것 같다.
아우야요 님의
멋진 차기작을 기대하며,
[박치기 양]의
책장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