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짧은 이야기 : 소설 2분 남짓]

by 손글송글


”저기, 잠깐 멈춰봐요! “

”저... 잠시만! “


귀에 들리는 음악소리는 늘 나를 딴 세상으로 데려간다. 친구들도 깜짝 놀라는 큰 볼륨은 노이즈캔슬링이 따로 필요 없는 어나더 레벨! 심취하게 만드는 내 음악 소리... 좋다.

응? 누구야? 누가, 내 앞길을 막는가?

내 눈높이에 어느 남자의 가슴이 있다.

내 앞을 가로막는 이 불쾌한 상황...인데 웃음이 나올 뻔했다. 너무 잘생겼다! 너무 잘생긴 사람이 내 앞에 왜? 서있지?


이때, 뿌앙--- 매캐한 배기가스를 뿜는 시커먼 오토바이가 잘생긴 남자 바로 뒤로 지나간다... 그리고 지나간 오토바이가 일으킨 모래바람이 잘생긴 남자와 나에게 불어온다. 고개를 나는 왼쪽 그는 오른쪽으로 동시에 돌린다. 잠깐 어지러워 잘생긴 남자의 가슴에 기댄다. 잘생긴 남자는 나를 살짝 안아 중심을 잡아준다면 좋겠다. 쩝... 진정하고...



“누구... 세요? 무슨 일로... ”

“걸음이 왜 이렇게 빨라요. 계속 불렀어요. 이거... “

“어머나, 제가 (모자를) 흘렸나 봐요. 감사합니다. (잘생긴 분이) 친절하시네요. (제 전화번호는)“


안 물어본다. 그냥 가네? 쩝. 마음씨도 고운데 참하게 생겨 더 아쉬운, 어쩔 수 없는 남의 남자친구. 아휴, 망측해라. 남자 친구가 들으면 또 속상해 울겠네. 절대로 남자 친구 말고는 쳐다보지도 말아야지. 우리 순딩한 남자 친구, 크크크, 남자 친구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지는구먼!

그래도 걸어가는 뒤태라도 볼까? 허걱, 잘생긴 남자는 잘생긴 친구랑 다니는구나. 그래서 내 남자 친구의 친구들도 다 순딩하고 복스럽게 생기고... 우리 남자 친구 보러 빨리 가야겠다.


“야, 왜 그렇게 쳐다봐? 어! 뒤돌아서 너 본다. 아는 여자애야?”

“응, 도서관에서 자는 모습을 몇 번 봤는데 귀엽더라. 늘 남자친구랑 같이 오던데... 사실, 그 남자 친구란 애가 다른 여자애랑 만나는 걸 내가 봤어. 여러 번... 아직 헤어진 건 아닌 것 같고.”

“뭐야? 왜 이렇게 집요한 것 같지, 친구? 바람피운다고 가서 말해주게?”

“아니, 내가 어떻게... 그냥, 벤치에서 일어나며 모자 두고 가길래 말이라도 걸어볼까 했지. 도서관에서 몇 번인가 마주치고도 못 알아보길래 용기가 안 났네. 용기 내서 번호라도 물어봤어야 했는데... ”

“내가 가서 물어 봐줘?”

“다음에... 다음에 기회가 오겠지.”

“친구야, 잘 들어라. 마음에 있는 여자 순순히 보내지 마, 다음 기회는 아무도 몰라. “



그래,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옆자리까지 살짝 소리 들릴 정도로 음악 들으며 자거나 공부하는 그 애의 집중력인데, 아직 나에게 관심 없는 것 같으니 기회가 없을지도...

근데 자꾸 저 애를 찾게 되고 보게 되고 끌려. 나와 함께 서로의 미래를 얘기할 시간이 아주 많아질 것 같은 예감? 아니, 내 바람인가?

정말 늦기 전에 모자 찾아줬으니 커피 한 잔 하자고 해야겠다. 꼭!


“바람이 시원하다. 강의실까지 먼저 가는 사람한테 밥사기! 뛰어!”

“야! 여자한테 말도 못하는 겁쟁이가?... 그래, 뛰자 뛰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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