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 소설 2분 남짓]

by 손글송글


선희는 오늘도 지각이다.

한결같아야 한다더니 정말 매일 지각이다.

이 정도면 상담을 받던 교육을 받던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해준 적도 있다.

잔소리를 해줘도 한결같다. 아! 지 씨니까 지각하나? 지한결이라고 개명을 권해볼 생각이다. 바로 오늘!


병원복도로 먼저 들어가며 귀를 쫑긋 세워본다.


쓰윽.

“너, 옆에 있던 것처럼 말하지 마. 지각이야.”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마. 착각이야. “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쳐다보려다 고개를 저었다.


“화장이 곱네. 그래서 늦었나 봐? “

“늦잠 자서 맨얼굴이야. 원래 고운 거고.”

“거봐, 늦. 잠.”

“무슨 말이야. 지각할까 봐 맨 얼굴로 나왔다니까.”

“...”

“알아. 나 겁나 예뻐. 넌 꾸며서라도 분발해.”

“... “

“오늘도 4층이구나.”

“그러게. 어르신들 병동이니까.”

“봄이라 좀 많지. 바빠질 거야.”

“그럴 거야. 그니까 너 제발 지각하지 마. 우리 한 팀이라 같이 벌 받아. 난 차곡차곡 성실히 내 일 묵묵히 해내는데 넌 아픈 손가락 됐어. “

“그래. 내가 좀 여리여리해서 아파 보여. 있잖아... 그럼... 우리 같이 사는 건 어때?”


심장이 띵, 머리가 두근두근... 아니 심장이 두근, 머리가 띵...


“또 장난질이다. 너는 내가 지금껏 본 중에 제일로 답이 없어. 어떤 애인지 도대체가 모르겠어. 붙어 살려는 그 심보, 아마도 네 전생은 거.지. 였던 거지?”

“장난 아닌데? 난 너 처음 본 순간부터 이 말하고 싶은 걸 지금껏 용의주도하게 숨겼을 뿐이지. 그리고 내가 전생을 어찌 알아. 하하, 잘 생각해 봐. 야, 난 오늘 밤부터 들어갈 수 있어. 아님,“

“뭐?”

“네가 올래? “


두근두근... 나 이러면 안 되는데, 이건... 아닌데... 유혹이다! 악마다! 저 게으름뱅이가 날 노예로, 머슴으로 쓰려는 거다. 탈출해야 해. 저 악마의 눈 밖에 나고 싶다. 응? 눈 밖에 나면 안 되나? 아... 똑똑한 내가 오늘도 말려들었어. 놀라지 않은 척. 생각도 할 필요 없다는 듯 태연하게 행동해야 해.


“선희야, 제발 일해라.”

“겁먹었냐? 귀까지 빨개지고, 녜, 이놈! 무슨 생각 중인게냐? 그 생각... 당장, 계속해. 나 오늘 무조건 간다. 히히히.”

“너어는... 제발 조용히 해. 다 왔어. 오늘 첫 번째 인도자야.”




“망자 김추련, 병자년 삼월 이십이 일 생. 이승에서 고생 많았습니다. “

“이제 저희와 함께 긴 여행을 합니다. 많은 덕을 쌓아 자손은 번창할 겁니다.”


“차사님들, 꼬박 삼 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게 해 주어 풀어야 할 매듭도 다 풀고 자식들의 효심도 보았습니다. 기다려줘서 감사합니다. “


“우리는 기다린 적 없습니다. 때가 이날인 겁니다. 매듭을 잘 풀고 효심을 받은 건 모두 망자의 일이고 덕입니다. 잘 사셨습니다. “


오, 지선희, 일 잘한다!

이래서 내가 이 녀석과 한 팀으로 일하는 게 좋다.




(끝)




[짧은 이야기 : 소설 2분 남짓]

화요일에서 수요일로 연재일 변경했습니다.

읽어주시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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