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 소설 2분 남짓]
얼마 전부터 남편의 차를 타면 짙은 여자향수 냄새가 났다. 출장도 많고 외부 일정도 많은 남편이라 큰 걱정은 없었지만 그 향은 도드라지게 신경이 쓰였다.
어김없이 남편과 동행할 일이 있어 차를 타자 같은 향이 맡아졌다. 마치 이제는 눈치 좀 채라고 일부러 흘려 놓은 것처럼!
< 이것이 육감인가? >
“ 이 향수는 도대체 누가 쓰는 거야? 이 사람은 되도록이면 앞자리 앉히지 마. 내가 기분이 나빠진다.”
“응? 왜 기분이 나빠?... 이대리야. 그렇지 않아도 우리 외부 미팅 때 이대리랑 안 가고 싶어. 머리가 아플 정도로 심한 향에 내가 구박하게 되거든. 또 한 마디 해야겠다. 우리 와이프가 싫어한다고... 크크크”
“그래? 이 대리라고? 그 화장기 없이 순진해 보이던... 그 직원? “
“응, 요즘 남자 만나더라고! 그래서 그런가 예뻐지더라. 곧 청첩장도 오겠던 걸?”
“좋은 사람 만났나 보네. “
< 너는 아니지? 네가 그 상대남 아니지? >
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또 며칠 지나 동승한 날...
“이대리 미친 거 아냐?”
“왜?”
“손잡이에 향수 뿌렸나 본데? 손을 얹어 놓았다고 이렇게 냄새날 정도는 말이 안 되는데...”
“그래? 내가 그래서 창문을 열어야 숨 쉴 수 있었구나! 방향제 대신이야 뭐야? 에이. 이젠 외근할 때 써금써금한 회사차 타고 다녀야겠다.”
< 이상해... 이상해... 심증과 물증 그 어딘가야...>
하며 의심이 키워졌다.
며칠 후...
“영화 보러 가자.”
인기 있는 개봉작을 남편이 말했다.
“그래. OO영화관 중간자리 예매하면 되지? “
“아니, 맨 뒷자리로 하자.”
“왜? 넌 딱 중간이 제일 좋다며?"
"그 영화관은 좁아서 중간도 가깝더라. “
“그래,... 맨 뒷자리... 있다. 예매했어.”
탁, 부르응...
“아... 이 향수... 나도 여러모로 머리가 아프다. ”
“... 이제 그만해라... 내가 꼭 뭐 나쁜 일이라도 하는 것처럼! ...눈치 주는 것도 아니고... ”
콜라와 커피, 캐러멜 팝콘을 들고 맨 뒷자리에 앉았다.
얼마 뒤 앞자리에 혼자 와 앉은 여자...
< 응? 이 향수...!! >
고개를 들어 여자를 봤다. 굵게 웨이브진 긴 머리에 호감가게 생긴 얼굴...
나도 모르게 남편을 봤다. 굳어진 얼굴. 안절부절못하는 듯한 눈빛. 난처함이 다 보이는 얼굴로 벌떡 일어나 나간다.
바로 이어 앞 여자가 전화를 받는다.
남편은 들어오지 않고, 끊었다가 다시 받기를 여러 차례 하는 여자.
< 너구나! 오늘 영화 본다니까 얼굴 보여주고 싶어 왔구나! 평소 맨 뒷자리에서 둘이 영화 좀 봤나 봐?
아마... 남편 성격이라면 세 자리나 네 자리 예매하고 떨어져 있다가 앞 객석에 아는 사람 없으면 나란히 앉았겠구나! >
심증과 물증 사이에 영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나 혼자 삼류 치정극을 써 내려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