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는 정말 여자를 위한 무술일까

by 능소니

나는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었다. 어릴 적부터 남자아이들과 부대끼며 축구를 하고 투닥거리기도 했지만, 2차 성징기 이후로 벌어지는 성별 간 근력 차는 나를 잠시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주짓수가 슬슬 인기를 얻기 시작할 즈음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가 있었다. '여자가 남자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무술'.


내게는 그보다 가슴 뛰는 문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로부터 주짓수의 꿈을 간직만 해온 채, 성인이 되었다. 그러던 중 성인이 되어 다니기 시작한 태권도장의 관장님이 주짓수를 가르쳐준다길래, 옳다구나 하고 정규 수업 시간이 지난 후 남아서 1시간씩 주짓수를 추가로 배웠었다.


그렇게 1년여 남짓, 주짓수를 배운 동안 느낀 점을 구술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본래, 주짓수의 핵심의 지렛대의 원리라고 설명한다. 힘이 아닌 기술로 상대의 관절을 제압하거나 조르기를 하기 때문에, 근력이 부족한 여성도 기술만 익히면 자신보다 체격이 큰 상대를 방어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체격이 작은 여성이나 운동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것은 맞다. 남들보다 더욱 힘이 들겠지만 말이다!


더욱이 넘어졌을 때, 상대가 위에 올라탔을 때 등 현실적인 상황을 많이 다뤄서 위기 대처 능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만약을 대비한 운동'으로 주짓수를 배우는 것은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


또한, 주짓수를 1시간하면 엄청난 칼로리가 소모되는데, 이는 전신을 빠짐없이 끊임없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효과는 물론, 파트너와 구르며 잡아당기는 과정에서 코어 힘과 유연성도 골고루 늘기 마련이다. 호신술이 아닌 다이어트나 체력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대신 멍과 찰과상이 생기기 쉽다. 상대와 밀착해서 움직이는 만큼 매트에 쓸려서 생기는 화끈화끈한 상처나 멍이 드는 경우가 있다. 피부가 예민하거나 외관을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고민이 필요할 터다. 더구나 초보자일 때는 의욕이 앞서 기술을 너무 세게 걸거나, 항복(탭)을 늦게 쳐서 관절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주짓수는 '매트 위의 체스'라고도 불린다. '상대방'과 함께 하는 '전략 게임'이란 것이다.


오랜 세월 대중화가 이뤄진 태권도와 다르게, 주짓수는 품새도 없다. 무릇 한 단계씩 띠(Belt)를 높여가며 느끼는 성취감이 중요한 법인데, 주짓수는 띠를 높여가는 게 무척 힘들다. 도장마다 재량이 클 뿐더러, 승급 속도의 기준과 가이드라인도 통일 되어 있지 않다.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자세나 용어도 생소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란 생각이 무조건 든다. 모르는 사람과 몸을 맞대고 땀을 흘리는 운동 특성상 초반 어색함을 딛고 자세가 완전히 몸에 익기까지는 꽤나 인내가 필요하다. 즉, 벨트도 빨리 높이지 못하고 내가 이전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을 쉽게 갖기가 힘들다.


무엇보다 주짓수는 복잡한 상황에서 탈출법을 고민하는 등 집중력이 필요하다. 여느 운동이 다 그렇다고? 배드민턴을 예로 들어보자. 어디로 공(셔틀콕)을 꽂아 넣을지 상대의 비거리와 범위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공이 빨리 날아오고 몸은 쉴새없이 움직이면서 그 외의 잡념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주짓수는 다르다. 화려한 기술이 차례대로 오고 가는 것이 아닌, 신경을 곤두선 채로 온몸의 감각을 동원해 상대방의 힘이 흐르는 방향을 느끼고 있어야 된다. 그러면서 내내 해당 자세에도 이어질 수 있는 모든 선택지의 공격과 방어를 고려하고 대비해야 한다. 섣불리 기술을 시도했다가 막혀 에너지만 허비하는 것도 다반사다.


이러한 주짓수의 특징은 양날의 검이다. 재미있는 사람에게는 무척 재미있다고 느껴지지만, 이미 정신이 피로한 사람에게는 몸보다 정신의 소모가 빠른 것이다. 잡념이 사라지고 개운함을 즐길 것인지, 어영부영 잡념을 남길지는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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