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PD 입봉일기 #11
링크드인에 업로드 중인 예능 피디 입봉일기를 브런치에도 옮겨볼까 합니다.
대단한 성과가 나서 올리는 입봉일기면 좋겠지만 아직 과정 중에 있어요.
뿌듯한 감정 49, 두려운 감정 51 로 분투하는 햇병아리 리더의 생각 흐름을 보고
공감하거나 위로받을 팀장님들, 대표님들, 그리고 직장인 분들이 브런치에도 많을 것 같아서요.
*** 사진은 AI 로 작업합니다.
흑백요리사가 대세입니다.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온 피드가 흑백요리사로 뒤덮이고, 회사 엘리베이터에서까지 흑백요리사 이야기가 나오는지 궁금했습니다. 뚜껑을 여니까 닫을 수가 없네요. 이젠 정말 나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억지로 손가락을 움직여 넷플릭스를 껐습니다.
버스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니 제작자의 능력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한때는 장르 PD 라는 말이 유행이었어요. 요리 PD, 음악 PD, 스포츠 PD, 패션 PD … 각자가 잘하는 장르를 콕 짚어 내세우던 스페셜리스트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흑백요리사를 보면, 야외 하던 사람이 음악도 잘하고, 결국 요리 프로그램도 잘하는 것 같아요. 이 지점에서 멈추어 생각해 봅니다. 과연 단 한 명이 이 모든 장르의 최고 권위자였을지. 모르긴 몰라도, 각 장르 능력자들의 의견을 잘 듣고 수용하는 지휘관이 팀 안에 존재하는 듯합니다. 넷플릭스발 OTT 지각변동이 시청률 0% 대 TV 프로그램을 낳았고, 채널 수보다 OTT 개수는 아직 적은 것이 현실이잖아요. 장르 불문하고 잘 만든 아웃풋을 내는 지휘관에게 좋은 기회가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장르뿐 아니라 규모 면에서도 좋은 지휘관의 덕목은 중요합니다. 소규모 토크나 1인 콘텐츠는 유튜브에 차고 넘치니, 이제 레거시에서 보여줘야 할 건 대규모 기획물이거든요. 그렇다면 대규모 팀을 잘 이끄는 능력과, 대외적으로도 대화가 잘 통하는 능력을 가진 제작자가 점점 더 살아남겠죠? 다른 건 몰라도 OTT 시대에 대형 기획물을 리드하려면, 꽉 막힌 아티스트보단 유연한 지휘자가 되어야 합니다. 각종 미스커뮤니케이션 틈에서 그것을 바로잡으려 애쓰던 일요일 오후. 생각이 많아진 마음으로 쓰는 넋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