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31 금요일 - 연말다운 연말을 마무리한 날의 기록
누군가 말했다. 연말이지만 너무 연말 같지 않다고. 2022년이 전혀 새해 같지 않다고. 왕의 이름으로 시대를 카운트하듯 코로나 3년 같은 암흑기의 연장 같다고. 그런가요, 하고 대답했지만 온전히 동의할 수는 없었다. 내겐 그 어느 때보다 연말같은 2021년 12월이었으니.
연말의 끝자락은 좋아하는 카페에서 맞이했다. 겨울인데도 따뜻했던 커피빈 통창. 주문한 드립 커피는 나의 에스프레소 원탑 자리를 갈아치웠다. 지금은 사라진 창비 카페의 원두를 가끔 그리워하곤 했었는데. 이젠 떠나보내도 될 것 같다. 잘 가 망원동 블렌드.
커피향과 함께 노트북을 열고는 이직에 대한 소회를 적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퇴사와 이직은 이미 한 달 전에 했지만 뭔가 마무리되지 않은 느낌이었는데. 이제야 매듭을 지은 것 같다. 내친 김에 선배들께 묵혀 두었던 인사도 전했고.
한 해의 마지막 식사로는 따뜻한 들깨 삼계탕을 먹고, 마지막 남은 시간엔 뭘 하면 좋을까 하다가 한의원을 방문했다. 만성 통증을 앓는 목과 어깨에 침과 물리치료를 선물함으로써 이제 진정한 삼십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걸 실감했던 것 같다.
끝으로 재야의 종 소리를 들으며 이야기했다. 우리 가족에게 3년어치의 좋은 일들이 한꺼번에 찾아왔던 2021년처럼, 호랑이 해인 2022년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면 좋겠다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넷플릭스를 보는 밤이 많았던 이번 연말처럼, 앞으로의 일 년도 잔잔히 따뜻하면 좋겠다고.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며, 마지막 새벽에 작별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