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시콜콜 #2 잉글리시 머핀
잉머. 잉글리시 머핀을 줄인 말인데, 과연 생김새만큼이나 이름도 제법 앙증맞다. 두 개의 폭신폭신한 빵 사이에 햄과 치즈와 달걀이 심플하게 끼워져 있는 샌드위치 류의 음식. 빵은 언제나 동그랗고, 내용물도 그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단정함이 있다. 단출해 보일 만큼이나 컴팩트한 구성을 자랑하지만 맛은 어찌나 서구적인지. 미국 맛이라 칭할 만한 바로 그 맛이 잉머엔 가득하다.
물론 English 머핀은 영국 출신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영국에서 아침식사로 먹는 달지 않은 납작한 빵"이며, 케이크 같은 미국식 머핀과 구별하기 위해 잉글리시 머핀이라 한단다. 당연히 영국에선 이걸 그냥 "머핀"이라 부르고 말이다. (우리도 김치를 "한국 김치"라고 부르진 않으니까 뭐... 이해되는 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겐 미안하지만, 나에게 잉머는 철저히 미국 맛이다.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들과, 한 집 걸러 한 집 있는 대부분의 개인 카페들에선 빵 사이에 미국 재료들이 들어있는 이 음식에 "어쩌고저쩌고 잉글리시 머핀"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팔고 있지 않나. 맥모닝으로 대표되는 맥도널드 잉머가 가장 그 기본에 가깝고, 그런 잉머를 나는 사랑한다.
정확히 말하면 잉머를 먹는 그 순간을 좋아하는 것 같다. 통창으로 햇살이 스며드는 오전. 일찍 일어나는 자만이 먹을 수 있는 잉머 세트를 앞에 둔 채, 밤을 새웠건 일찍 일어났건, 수고한 스스로에게 주는 아름답고도 담백한 브런치를 한 입 가득 베어 무는 바로 그 순간 말이다. 파스타보다는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더 사랑하는 나지만, 오전의 이 잉머 타임만큼은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모름지기 멋진 오전은 잉머 세트로 완성되는 법. 그리고 여기에 대한 이견은 향후 50년간 생기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그런 내가 세상 모든 잉머를 찾아다닌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 물론 햄에그 기준이다. 기본 중의 기본만 먹는 편이라 소시지도 해시브라운도 용납하지 않거든.) 우선 맥도널드 잉머는 마르고 닳도록 먹어봤다. 어느 지점을 가든 평타는 치는 잉머계의 스테디셀러라고나 할까? 지금도 밤을 새운 동료들과 함께 주섬주섬 밖으로 나가 맥모닝 먹기를 즐긴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상암 맥딜은 맥모닝을 서비스하지 않고... 이 점은 큰 유감이다.)
맥날보다 좀 더 단정한 느낌의 던킨도너츠 잉머도 무척 좋아한다. 학교 안에 있던 던킨엔 수요일마다 도넛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오전 열한 시의 "도넛 데이" 행사가 있었는데, 동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도넛을 먹을 때 나는 옆에 앉아 당당히 잉머를 먹었더랬다.
슬프게도 가장 즐겨 찾는 카페인 스타벅스의 잉머는 몹시 별로다. 감히 잉머에 고기를 넣다니. 햄과 치즈와 계란만이 낼 수 있는 서구의 맛을 그 고기가 망쳐버렸다. (철저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반면 투썸플레이스의 잉머엔 상당히 치즈가 많이 들어 있던 기억. 그런데 지금은 없어진 것 같다. 내가 가는 지점에만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만약 없어졌다면 다시 돌려주길 바랍니다. 여담이지만 투썸 계란 샌드위치도 참 좋아했거든요. 왜 자꾸 맛있는 걸 단종시키는지 모르겠음. 의사 결정권자가 나와 상극의 입맛인 모양이다.
이 모든 브랜드들의 잉머 언급은 모두 폴바셋 잉머를 극찬하기 위한 발판이었다. 잉머 인생 N년만에 찾은 최고의 잉머!! 폴바셋 잉머는 다른 클래식 잉머들보다 좀 더 크고 빵이 두툼한 편인 데다, 초록 초록한 야채 한 장까지 들어 있다. 이 야채는 매우 중요하다. 풀때기 하나가 주는 싱그러움이란. 그 어떤 야채도 잉머엔 들어가선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폴바셋 잉머의 풀은 좀 다르다. 가벼운 아침 간식을 멋진 한 끼 식사로 탈바꿈시키는 그런 요술쟁이 풀때기랄까.
안타깝게도 집 근처엔 폴바셋이 없고, 잉머를 파는 멋진 가게 역시 없다.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도 있겠으나 그러면 잉머는 더 이상 잉머 본연의 분위기를 갖출 수가 없게 된다. 오전 카페만의 잉머 타임이 주는 감동을 빛바래게 할 수는 없지 않나. 잉세권으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만큼 내 일상에서 희소해야 더욱 소중해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내일 먹을 잉머를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