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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제 Sep 17. 2022

현실적인데도 재밌는 사기 드라마

비밀의 숲 & 라이프


현실적이려면 최대한 현실적일 것



현실성이 없는 걸 알지만 그래도 현실이길 바라게 되는 것들이 있다. 정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는 숭고한 대학병원의 모습이라든지, 오직 정의만을 위해 아무런 방해 없이 협력하는 검경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현실 속 판타지는 빗자루와 용이 함께 날아다니는 순도 100%의 판타지보다 훨씬 매력적이기 마련이어서, 하얀거탑 계열의 의학 드라마가 잊을 만하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판타지 수치를 살짝 낮추었을 때 몰입도가 높아진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건드려주는 게 더 흥미진진하다는 말이다. 의사들과 병원 경영진의 갈등을 다룬 《라이프》를 인생 드라마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의사 사회에 깊이 뿌리 박힌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테니까. 검찰 비리를 대주제로 삼은 《비밀의 숲》도 마찬가지다. 건드리기 어려운 주제를 장인 정신으로 다듬어 세상에 내놓은 만큼, 이야기의 짜임새는 탄탄하고 야무졌다. 황시목과 한여진의 티키타카를 실컷 볼 수 있다는 점은 부수적인 재미이고.



연기 구멍이 단 한 명도 없는 라이프. 가끔 다큐로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두 주연 배우에게 가장 찰떡인 캐릭터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현실적이려면 최대한 쉬울 것



나오자마자 열광하며 봤던 《비밀의 숲》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비밀의 숲 2》는 단숨에 끝낼 수가 없었다. 내용이 좀 어려워서였을 것이다. 시작했다가 멈추고 또다시 시작하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슬슬 이해됐던 걸 보면. 시즌 1에서 하던 검사 얘기만으로도 어려웠는데 거기에 경찰 조직까지 넣어버리니 머리가 복잡해진 모양이다.


이 아쉬움의 원인은 나의 이해력에 절반, 작품에 절반을 두고자 한다. 시청자의 눈은 정직해서, 아무리 어려운 내용이어도 재밌게 잘만 풀어내면 얼마든지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거든. 너무 큰 문제를 다루려다 보니 내용이 지나치게 어려워졌던 것 같다. 첫 시즌에서 재미를 본 이유에 너무 집중한 티가 났달까. 명분에 치여 재미라는 콘텐츠 본연의 목표를 잃고 휘청인 느낌이다. 대단했던 주제만큼이나 사랑받은 건 황시목과 한여진 외의 캐릭터들이 잘 받쳐줬기 때문인 건데. 창크나이트 급의 명품 조연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여러 모로 아쉬웠다. 물론 세 번째 시즌이 나오면 또 야광봉 흔들며 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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