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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제 Nov 01. 2022

너도 이미 456번이세요

오징어 게임


세상 모든 뉴스가 오징어 게임일 때에는 남일이려니 했다. 잔인한 장면엔 거부감이 있는 편이라 선뜻 보게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배우 한 분이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오징어 게임은 남일이 아닌 내 일이 되어버렸다. 촬영 준비나 편집을 하려면 이런 전 세계적인 필모 하나는 봐야 하니까.



지구인이라면 모를 리 없는 오겜



편집실에 틀어박혀 정주행 한 오징어 게임은 나의 섣부른 짐작과는 달랐다. 무분별한 공포 시리즈라기보다는 인간 심리에 대한 고찰에 훨씬 가까웠다는 말이다.






#1 극한의 스트레스를 주었을 때 인간은 어떻게 변하는가


뺨을 맞으며 오징어 게임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나갔다가도 다시 되돌아오는 바로 그 사람들. 다소 기이하기까지 한 이들의 장면은 곧 돈에 얽힌 스트레스를 의미한다. 게임 안에서의 살인으로 죽음이란 스트레스까지 더블로 얽히면서, 인물들은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붙인다.


여기까지의 설정은 제법 평이한 것도 같다. 하지만



#2 죽음에 직면했을 때 그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을 더함으로써 드라마가 더 특별해지지 않았나 싶다. 김주령과 박해수의 마지막, 그 찰나의 순간은 결국 존엄성의 손을 들어주고픈 인간의 모습 그 자체였으니까. 오징어 게임 같은 극적인 설정이 아니더라도 돈이나 죽음에 대한 스트레스는 삶에 그림자처럼 따라붙지 않나. 그것을 해소하려면 결국 인간 심연의 존엄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메시지가 중심을 잡아줬다는 점이 (적어도 내겐) 무척 유의미했던 것 같다.



돈이냐 존엄성이냐 그것이 문제인 오겜.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인생에서 오겜에 참여하고 있다.



우연히 같은 시기에 본 진용진의 <머니 게임> 과도 제법 비교가 되었다.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별개로 <머니 게임> 에서는 리얼리티의 한계를 봤달까. 시청자 수준이 올라가면서 일반인 출연자들의 수준 또한 올라갔기 때문에, 그들은 방송에서 스스로의 모습이 어떻게 보여질 지를 미리 추측하여 행동한다. 요즘 넘쳐나다 못해 홍수를 이루는 연애 리얼리티라면 비교적 말랑말랑한 마음으로 행동 패턴을 결정할 수 있고 또 타협할 수 있지만, 돈에 얽힌 욕심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 감정을 디폴트로 깔기 때문에, <오징어 게임> 같은 죽음 설정이 없으면 스스로의 행동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리얼리티에선 절대 불가한 설정을 이뤄냈다는 점도 흥미진진한 서사를 만드는 데에 한몫했다. 공포감을 유발하는 극한의 설정은 자칫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지만, 그 잔인한 게임들 틈에 "인물을 우리 스스로에 대입해볼 여지" 를 잘 배치한 덕에 오겜은 온 세상의 열광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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