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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제 Oct 30. 2022

탕웨이 오수파의 성장 일기

북 오브 러브


저예산으로 만들었다가 대박이 난 <시절인연>. 그래서 만들어진 영화가 <북 오브 러브>라는 건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알았다. <시절인연>이 좋아서 비슷한 느낌이려니 하고 봤는데 탕웨이와 오수파가 그대로 나올 줄이야. 북경이 마카오가 되고, 시애틀이 LA 가 되었다는 점은 묘하게 두 영화가 겹쳐지게 만들지만 딱히 내용적으로 유사하지는 않다. <북 오브 러브>도 결국 시절인연을 말한다는 점에서는 두 영화의 맥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각각의 영화에서 탕웨이와 오수파가 연기한 캐릭터가 겪는 성장의 결은 상당히 다르다.



가을의 탕웨이 & 오수파 시리즈 두 번째



상당히 단편적이고 담백하며 심플했던 <시절인연>과 달리 <북 오브 러브>의 성장 서사는 제법 디테일하다. 탕웨이가 세 명의 남자를 만나고 헤어지고 고통스러워하는 과정, 오수파가 노부부에게 접근하여 가까워지고 멀어지고 다시 반성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은, 실제로 볼 때엔 이게 이 영화의 전체 맥락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걸까 싶을 만큼 구구절절하다. 채링크로스 84 번지라는 책으로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는 내용이 주요 서사 아니었나? 라는 질문이 불쑥 찾아올 때마다 두 사람이 묘하게 엇갈리도록 해 줌으로써 관객의 인내심을 야금야금 연장시키는 느낌. 편지를 통해 상상하는 서로의 모습이 환영으로 찾아오고,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주거나 위로해주는 모습은 다소 불필요하게 느껴지지만 결과적으로는 둘의 "제대로 된" 성장을 보여주는 데에 필요했던 것 같다.



너무나 빨라진 세상. 편지 한 장 쓰고 답장 한 장 기다리는 것도 괜찮지 않나요.



아날로그를 향한 투박한 추억이나 편지라는 매개체를 그리워하는 단순한 문장인 줄 알았는데. 우리 각자의 성장은 천천히 한 발 한 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 채링크로스 84 번지 주인님의 의도를 이 글을 쓰면서야 깨닫는다.






인용 하나 더.



가족이 있어야 집이 있는 법이에요.



오수파가 만난 노부부 중 할아버지가 떠난 뒤. 잔잔한 얼굴로 할머니가 하던 말이다. 문득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의 강계열 할머니가 조병만 할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울던 모습이 겹쳐졌다. 집보다 가족이 소중하다는 건, 집은 곧 가족이라는 건 동서양 공통이구나. 너무 뻔하지만 잊고 사는 것들은 이렇게 할머니들의 언어로 전해 들을 때 가슴 깊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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