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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제 Nov 11. 2022

아이의 죽음이 더 슬픈 나라이길

지금 우리 학교는


처음엔 보고 싶지 않았다.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학교의 모습이 그려진다길래. 솔직히 말해서, 온갖 소년 범죄와 학폭 뉴스를 보며 "요즘 애들은 예전보다 무섭다"는 꼰대식 발언에 무의식적으로 동의한 적이 있다. 스마트폰 없던 내 중학교 시절 친구들이 지금 중학생들보다 훨씬 순수했다 믿기도 했고.


하지만 좀비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모든 시스템이 무너지는 가운데서도 각각의 학생 캐릭터는 저마다의 성장을 이뤄내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드라마다. 입체적인 사건의 특정 부분만 극적으로 확대시켜 만든 서사. 어쩌면 현실에선 극히 희박한 확률로 일어날지도 모를 일들의 집합. 하지만, 나도 모르게 갖고 있던 선입관에 작은 울림이 생겼음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가끔 치고받고 소리 지르며 싸워도 함께 모닥불 피울 수 있는 친구들이 제일 소중한 시절. 그 시절이 10대라는 사실은 분명하니까. 끊임없이 좀비와 싸우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아무리 드라마여도 저런 체력이 어딨냐며 깔깔 웃었지만, 가족과 친구라는 존재가 인생에서 가장 큰 포션을 차지하는 10대라면 저 속에서도 힘을 낼 수도 있겠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조금 숙연해졌다.


친구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 옳음을 아는 나이.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나이.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어른들보단 순수할 학생들 아닌가. 극 중 대사를 빌자면 어떤 나라는 아이가 죽는 걸 슬퍼하고 어떤 나라는 어른이 죽는 걸 슬퍼한다는데. 우린 아이가 죽는 걸 더 슬퍼하는 나라였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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