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제에 대해서
마음에 듭니다. 처음에는 모험보다는 동경에 시선이 갔어요. 동경은 상대를 우러르고, 그리워한다는 의미가 있는 단어죠. 삶을 돌아보면 늘 어렴풋이 무언가를 동경해 왔던 것 같아요. 그 대상은 명확한 사람일 때도 있었고, 실체가 없는 무언가일 때도 있었지만요.
저는 유인도의 막내니까, 모험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기도 하죠. 다들 자기에게 어울리는 단어를 잘 고르는 것 같아요. 이 주제를 고르는 데 큰 고민은 없었고, 고르고 보니 저와 잘 맞는 단어였어요.
2. 집필 과정에서 고민한 부분
결론이 정해진 글이었기에, 결론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어떻게 이끄느냐가 고민이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실종은 사실 많은 의문을 남기는 주제이기에, 쉽게 쓰지 못했던 것 같아요. 캐릭터 설정에 대해서는 큰 고민은 없었어요. 진욱은 명확한 캐릭터예요. 사연 있고, 진중하고, 속을 밝히지 않는, 피곤해 보이는 사람.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며 구상한 캐릭터예요. 문체 또한 그런 진욱이 상상되도록 노력했어요.
3. 비하인드
작중 시점인 2018년보다는 2025년에 유인도의 정보가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겠죠? “다정과 믿음”에 얼핏 나온 것처럼, 그 역할을 진욱이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캐릭터의 직업이 명확히 드러나진 않았는데, 단은을 방송국 기자로 설정할지 생각했었어요. 기록에 의미를 두고, 캠코더를 들었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니까요. 진욱은 인테리어를 잘 꾸며둔 조용한 카페 사장 같은 느낌이에요. 진욱과 단은 둘 다 유인도에 다녀와서 행복했던 일상으로 복귀할 거예요.
4. 퇴고 과정
초고에 비해 글이 선명해졌죠. 퇴고를 거치며, 글의 진행 방향이 많이 달라졌어요. 글을 쓰는 작가만이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는, 독자 입장에서 불친절한 부분들을 다른 사람들이 잘 잡아 준 것 같아요. 글은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동시에 있는 행위니까요. 그 부분을 많이 고민했고, 동료들에게 받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과정에서 말하고 싶은 바가 명확해졌어요.
5, 자신의 글을 향이나 색에 비유한다면?
미드나잇블루예요. ‘Blue’는 우울한 정서를 담기도 하지만, 또 나름의 깊이와 진중함이 있는 색이죠. 소설의 첫 장면과도 어울리는 색이에요. 사실 소설 중간에 고등학교 방송실의 주황빛 석양이 등장하는데요, 따뜻한 그 색이 현재 진욱의 정서와 명확한 대비를 이루면서 진욱이 그리워하는 그 시절이 좀 더 강조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향에 비유하자면 우디 향이 어울릴 것 같네요. 우디 향은 무겁고, 진중하고, 믿음직스러운 느낌이잖아요. 그게 진욱이 가지는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6, 어떤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지
처음 쓰는 글이기에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길이 글에 투영되기 쉬웠던 것 같아요. 제가 겪은 경험이 합쳐진 글이에요. 글의 아픔과 저의 개인적인 아픔이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비슷해요. 미약하게나마, 잠깐 진욱처럼 과거에 침전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단은처럼 마음에 품고 있는 부담도 있었고요. 비슷한 아픔을 지닌 분들에게 이 작품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7. 다른 장소도 아니고 고등학교 방송실이라는 공간을 설정한 데 이유가 있나?
글을 시작할 때, 모험이라는 주제를 살리기 위해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를 떠올려 보았어요. 이별한 여자가 이별 전에 남자의 일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떠났고, 그 흔적을 통해 두 사람은 다시 재회했다고 들었어요. 이 이야기에서 영감받아, 단은이 남긴 흔적을 찾는 과정을 담고자 했어요. 이를 찾아가는 과정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방송실이란 장소가 떠올랐어요. 중학교 때 방송부에서 활동했어서, 제 경험에서 가장 친숙한 공간이거든요. 글에 쓰인 방송실에 대한 묘사가 그 시절 공간과 매우 흡사해요. 빛이 들어오는 풍경도 그렇고, 친한 친구와 매일 방송실에서 논 것도 맞아요. 연인은 아니었지만요. 유인도가 보관하는 기억의 형태 중 음성과 영상이 있으니, 나름의 연결 지점이라고 볼 수 있죠.
8. 작중 현재 시점이 2018년인 점이 독특하다.
알게 모르게 2010년대에 대한 동경이 있어요. 그때면 유년 시절이었는데도, 그 시절만이 갖는 느낌을 좋아해요. 현재를 기준으로 쓸 수도 있었지만, 지금의 풍경을 잘 담아낼 자신이 없었어요. 2010년 초반이면 영상이 지금처럼 고화질이 아니잖아요. 자글자글하기도 하고, 색이 옅기도 하고. 그 점이 기억의 특징과도 닮아있다고 생각했어요. 기억이 늘 선명하지는 않으니까요. 또 고등학생 시기를 먼저 정해둬서 그런 것도 있어요. 나름 진중한 성인의 모습을 담고 싶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년간의 이야기가 되었어요.
홍승재의 소년작 '모험과 동경' 전문이 실린 "서정의 해상도"를 후원을 통해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
https://tumblbug.com/onthesailingro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