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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Dec 22. 2020

강아지는 '감정'이 존재한다.


작년 겨울 반려견 전용 캠핑장에서 장박 캠핑을 즐겼다. 그곳은 강아지를 위한 곳이다. 강아지가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그것에서 많은 사람들을 스쳐 만났다. 강아지를 많이 사랑하는 사람부터, 강아지를 움직이는 인형같이 생각하는 사람을 봤다. 



어느 날, 한 가족을 이웃으로 만난 적이 있다. 강아지를 두 마리와 자녀 둘이 있는 화목한 가족이었다. 가벼운 인사와 함께 캠프 파이어를 하는 가족을 희미한 미소로 쳐다보았다.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반려견 중 루시가 미세한 경계를 보였다. 그리고 강아지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들어봤더니 옆 텐트 강아지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소리였다. 캠핑을 하다 보면 가끔 이웃집 강아지들이 텐트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서 나는 루시를 안심시켰다. 호기심이 많은 강아지는 늦은 시간 눈치 없이 이웃 텐트를 두드렸다. 어두운 밤이라 시야가 흐린 내 반려견들은 예민했다. 그렇게 시작된 옆 강아지 호기심은 아침 7시가 넘게 이어졌다. 아내와 아이들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일어나 밖을 나갔다. 옆집 강아지는 발랄하게 다가왔다. 그 강아지를 돌보는 보호자는 근처에 없었다. 새벽이 지나, 아침이 되고, 낮에도 강아지는 보호자 통제 없이 돌아다녔다. 



<반려견 캠핑장에 왜 강아지를 통제해야 할까?>



우리는 인간과 많은 감정교류를 할 수 있는 동물이 강아지라고 알고 있다. ‘감정교류’는 감정이 있다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꽤 많은 보호자들이 강아지를 감정이 있는 인형이라고 생각한다.(로봇 강아지에서 조금 진화된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놔두면 강아지들끼리 알아서 행동한다.” 



이런 생각 때문에 캠핑장에는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강아지들도 성향이 있기 때문에 서로 맞지 않는 아이들은 쉽게 친해질 수 없다. 나의 반려견 루시는 무례하게 다가오는 강아지를 싫어한다. ‘무례’라는 단어를 강아지한테 어색할 수 있지만, ‘무례’는 감정에서 흘러나오는 행동 중 하나다. 그렇다면 무례한 강아지는 보호자가 통제해야 한다.(문제는 ‘무례’라는 감정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보호자가 많다.)



옆집 강아지는 무례하게 인사를 했다.(예를 들면, 상대 강아지가 원하지 않는데 몸통에 올라타거나, 발을 이용해서 몸을 가격하는 것) 루시는 곧바로 강아지를 피했다. 무례함이 반복되면서 정확한 경고를 보냈다. 둘째 반려견 레이는 사회성이 좋아서 처음 만나는 강아지들과 쉽사리 어울린다. 하지만 몸을 가격하는 행동은 용납하지 않는다. 심한 무례한 행동에 레이는 범위가 큰 경고를 보냈다. 사람도 맞지 않는 사람이 있듯이, 그들의 성향은 조금 달랐다. 성향이 맞지 않다면 어쩔 수 없이 어울릴 수 없다. 그런데 보호자 통제와 관심을 받지 못하는 강아지는 아주 심심했고, 같이 놀고 싶어 했다. 지속적인 무례한 행동은 이어졌고, 루시와 레이가 스트레스받는 과정을 더는 지켜볼 수 없었다. 나는 옆집 강아지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가벼운 교육을 시켰다. 신기하게도 강아지는 잘 알아 들었고, 더 이상 아이들한테 무례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 상황 속에도 옆 텐트 가족은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었다.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가 어떤 상황을 겪는지 관심이 없었다. 그것이 나를 많이 씁쓸하게 만들었다. 화목함 속에서 강아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강아지는 외로워 보였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캠핑은 행복해야 한다. 보호자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서로 행복해야 한다. 캠핑을 오면 강아지들은 어린아이처럼 신이 난다. 신나고 행복한 감정을 보호자와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같이 걷고, 장난치고, 멍하니 앉아있는 것) 지금도 그 강아지를 생각하면 안쓰럽다. 캠핑장에 강아지를 풀어놓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없어져야 하는 낡은 생각이다. 강아지는 감정이 있는 인형이 아니라, 보호자를 사랑하는 생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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