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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Dec 26. 2020

반려견과 산책, 계절 변화를 느낀다.

산책이 얼마나 즐거운지 이야기하고 싶다. 시간대에 따라 산책을 하는 마음은 달라진다. 그뿐이랴, 산책의 즐거움은 계절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집에서 지하로 내려가 자동차 실내에 몸을 싣고, 다시 지하주차장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삶은 계절 변화를 진정 느낄 수 있을까? 물론 직관적인 변화는 느낄 수 있다.(온도, 습도 같은 것)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냄새’다 차가운 냄새가 나는 겨울이 지나면, 포근한 자연의 냄새가 나는 봄이 온다. 얼었던 몸을 녹이고 나면, 굽 굽 하지만 설레는 냄새가 나는 여름이 온다. 나는 여름이 싫지만 동시에 설렌다. 반려견들과 여름밤 산책을 할 때면, 지나친 설렘이 마음속을 지배한다. 술을 마시면 자신감이 생기듯, 여름밤 산책은 나를 어디든 데려가고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겁 없는 용기를 준다. 한 가지 단점은 굽 굽 하고 덥다는 것이다.




그래서 봄이 그리워진다. 다시 봄으로 가자.

봄은 산책하기 너무 좋은 계절이다. 생명이 탄생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앙상하게 잠들어 있던 나무들의 풍성한 변화를 목격할 수 있다. 춥지 않아서 강아지들과 산을 타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다. 야생동물들의 폭넓은 움직임 속에 그들이 남긴 체취는 강아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렇기에 봄은 반려견과 보호자 모두가 설레고, 자연의 재탄생을 같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계절이다. 


가을의 냄새는 어떤가? 기분에 차서 이리저리 싸돌아다니는 여름이 지나면, 한 곳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가을이 온다. 이때 산책을 하면 눈이 호강할 수 있다. 덤으로 가을에 느끼는 반려견의 즐거움을 곁에서 볼 수 있다. 숲 속을 걸으면 보호자는 색감이 가득한 단풍나무를 만난다. 더 얻을 수 있는 건 여유다. 싸돌아 다닌 여름에 지쳐서, 가을은 쉬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계절은 타이밍 맞게 색감 좋은 자연의 풍경을 가져다준다. 눈의 호강을 누리다 보면 단풍잎이 서서히 떨어진다. 이때는 반려견의 시간이다. 수북하게 떨어진 단풍잎 위를 거침없이 헤집고 다닌다. 더러움이 몸에 가득할까, 진드기가 붙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보호자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뛸 때 봄, 여름의 맹맹함은 없고, 차박차박 소리가 가득한 가을만 가득하다. 그리고 충분히 즐긴다. 그들은. 그렇게 모두가 행복한 가을이 지난다. 


<따뜻한 계절처럼 겨울 산책을 서로 즐긴다면, 그것이야말로 강아지를 사랑하는 보호자가 아닐까?>



겨울은 강아지의 계절이다. (반려견만 좋다) 추워서 나가기 싫지만 강아지를 위해 행동을 옮기는 날의 연속이다. 그래서 겨울의 장점은 보호자의 진정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계절이다. 슬프게도 겨울이 되면 공원에 그 많던 반려견과 보호자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겨울은 슬프면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다. 이렇게 강아지와 산책은 서로한테 감정을 전달해준다. 그리고 계절 변화를 느끼게 해 준다. 




나의 반려견들을 처음 만났을 때 감정적인 산책보다는 의무감에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그들을 위한 시간을 주지 않으면 나쁜 보호자라는 생각 때문이다. 사랑은 없고, 규칙과 비슷한 감정이다. 처음에는 ‘반려견’이라는 단어보다 ‘나의 강아지’라는 단어가 익숙했다. 무의식적으로 나와 동일한 감정이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같이 걷고,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같이 여행 가는 날이 반복되면서 ‘나의 반려견’으로 변화되었다. 그렇기에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니고,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환경적으로 내가 보호하지만, 마음으로 그들한테 보호받는 입장이다. 그래서 '반려견'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고, 사랑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계절마다 산책은 서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반려견과 함께하는 산책은 행복하다. 



겨울 아침 산책을 하면 예전보다는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많이 만난다. 방송매체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점점 시간이 흘러 가까운 앞날에는 버려지는 강아지들은 줄어들고, 계절에 변화를 느끼는 강아지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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