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반려견 루시와 레이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문이 닫혀 있으면 반려견들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수업 때는 조용한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회원님들과 선생님들은 신기하게 생각합니다. 반려견들은 제가 보고 있지 않으면 선을 넘기도 하지만 대체로 약속을 잘 지킵니다.
루시와 레이의 어린 시절은 지금과 달랐습니다. 루시는 본능과 예민함이 강했고 레이는 본능이 앞섰습니다. 어린 레이는 양몰이견의 본능이 조금 있었습니다. 고양이와 새를 보면 무조건 뛰어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 루시는 양몰이견의 본능이 심했습니다. 모든 감각이 본능에 충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움직임과 소리에 예민해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과 갑작스러운 소리를 견디지 못했습니다.
당시는 그냥 예민하다고 생각했는데 루시가 레이에 비해 청각이 훨씬 예민했던 것입니다. 저는 강아지를 처음 키웠기 때문에 양몰이견으로서 반려견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이 도시를 살아가는 저에게는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매우 불편했습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저는, 루시와 레이의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이 피해 받을까 걱정했습니다. 루시 레이에게 트라우마가 남을 정도로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난 뒤, 강아지 관련된 서적을 닥치는 대로 사고 교육 영상을 보면서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분양받은 훈련사분들을 찾아서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반려견들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교육을 시켜도 그들의 본능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뛰어가는 아이를 보면서 루시는 본능을 주체하지 못했고 고양이는 조금 낫지만 갑자기 날아가는 새를 보면서 레이의 본능도 조금씩 커져갔습니다. 하루는 밖에 소리에 예민해서 흥분을 멈추지 못하는 루시를 보며 한숨을 쉬면서 말했습니다.
'루시야.. 너 어쩌려고 이러니. 이렇게 해서 어떻게 우리가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겠어'
루시가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루시에게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동일한 방법으로 반복 교육을 시켰습니다.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저보다, 주체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루시가 더 힘들 것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하게 서로 호흡을 맞추어 나갔습니다.
언젠가 강형욱 훈련사님의 책 내용을 읽으면서 공감이 되었습니다. 강아지 교육에서 가장 힘든 것은 강아지를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강아지가 오줌을 제대로 누기만 하면 됩니다'
'강아지가 짖는 교육이 이렇게 까다로워요? 그럼 성대 제거 수술은 어때요?'
강형욱은 강아지를 키울 수 없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만날 때 너무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강아지 교육은 시간이 걸리고 보호자의 꾸준한 교육이 필요한데 사람들은 당장의 결과만을 원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강아지 교육과 필라테스는 비슷합니다.
반복해야 한다
동일하지 않고 특성에 맞춰야 한다
예민하게 관찰해야 한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존중해야 한다
단호할 때는 단호해야 한다
어설픈 말로 해결할 수 없다
조셉이 창안한 컨트롤로지(필라테스의 실제 운동 명칭)는 반복해야 하고 예민하게 관찰해야 하며 개인의 특성에 맞춰야 하고 존중과 인내심이 필요하고 어설픈 말은 필요 없고 단호함이 필요합니다.
필라테스는 바디를 예민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개인의 특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것으로부터 정답에 가까운 가이드가 나오고 다름에 대한 인지가 생깁니다. 강아지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강아지가 반응을 하는지 무엇이 예민한 상황인지 관찰을 통해 파악되어야 합니다. 관찰로 인한 인지가 되어야 올바름에 가까운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루시와 레이처럼 양을 몰아야 되는 견종은 눈치가 굉장히 빠릅니다. 상황 파악 능력이 있어야 양을 몰 수 있기 때문에 견주의 움직임과 표정, 목소리를 파악하고 패턴을 습득합니다. 만약 견주가 반려견과 정한 규칙을 일정하게 지키지 않고 우유부단하면(애초에 우유부단하면 규칙도 정하지 않겠지만) 강아지는 주인을 리더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이 무리에서 리더가 되려고 합니다. 견주와 반려견의 신뢰는 깨지게 되며(오히려 처음부터 없을 수도) 사람들의 눈에는 강아지만의 문제로 비치게 됩니다.
루시 레이처럼 본능에 충실한 양몰이견이 도시를 살아가려면 반복해서 교육을 해야 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뛰어나가지 않게 예민하게 관찰해야 하고, 존중과 인내심을 가지고 콜 훈련(견주의 부름에 즉각 오는 것)을 해야 하고, 심한 짖음을 조절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강아지 특성을 파악해서 견주에 대한 과한 통제심을 가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중력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필라테스도 반복해야 합니다. 동일한 행위를 지속했을 때, 움직이는 사람의 바디가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운동 분야 외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짜'는 동일한 반복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객의 지루함을 해결해 주기 위해서 혹은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에게서 계약을 유지하지 못하는 두려움에서, 이상한 방식이 나타납니다. 무엇이 강아지를 위한 교육인지 모르는 사람들처럼, 필라테스 고객에게 이것저것 시도를 합니다. 강아지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처음에는 기분이 좋은 것처럼, 고객들은 많은 것을 경험하면 지불한 돈에 대한 값어치가 생겨난다고 느끼게 됩니다.
클래식 필라테스를 향해 '거칠다','위험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반려견 교육을 시키는 모습을 보고 거칠다며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무조건 사랑만 주면 된다는 방식은 오히려 강아지에게 독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밥을 먹을 때 우리가 먹는 음식을 나눠주어야 사랑이고,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에 대한 규칙이 전혀 없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사랑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올바른 교육을 받지 못한 강아지가 문제가 되듯이, 올바른 가이드를 받지 못한 고객의 신체는 문제가 됩니다. 그들에게 필라테스로서 명확한 고유명사가 없고, 이것저것 많이 움직이는 하나의 운동 방법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올바른 견주를 만나서 호흡을 잘 맞춰간 강아지는 도심에서도 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멋진 강아지가 될 것이고, 올바른 가이드를 만나서 호흡을 잘 맞춰간 고객은 시스템에서 잘 적응하며 움직이는 멋진 사람이 될 것입니다.
필라테스에서의 기본이 '풋 웍'이듯이 강아지 교육의 기본은 '기다려'입니다. 강아지가 앉거나, 엎드려서 참을 수 있는 것이 기본적인 교육의 시작입니다. 풋 웍이 리포머를 넘어서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듯이(앉는 자세, 걷는 자세) '기다려'는 강아지가 도심에서 살아가는 생활에서의 기본입니다. 풋 웍을 이해 못 하는데 더 큰 동작을 이해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듯이, 기다릴 줄 모르는 강아지에게 손을 주거나 구르는 교육은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필라테스에서 기본이 '헌드레드'이듯이 강아지 교육의 기본은 '핸들링'입니다. 강아지는 견주의 움직임에 맞춰서 옆에서 움직입니다. 헌드레드를 할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움직임의 방향을 이해해야 하듯이, 강아지는 견주의 발끝과 무릎의 방향을 보면서 움직임의 방향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렇게 둘은 한 몸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필라테스와 강아지 교육에서 중요한 점은 '기본'을 지키는 것입니다. 기본 없는 다양한 방식은 겉이 반들반들해서 맛있을 줄 알았지만 물 맛만 나는 과일을 먹는 것과 비슷합니다. 겉만 화려할 뿐, 속은 아무것도 없는 것입니다. 기본, 모든 것에서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