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무게
어제는 하루 종일 화가 났습니다.
최근 사기 비슷한 걸 당한 엄마는 매사가 조심스러워
지난 한 달간 하루에 2~3번씩 전화해 이것 저것 물어오고,
작은 언니는 게임 아이템을 보내달라고 계속 카톡이 오고,
큰 언니도 뭔가를 해달라며 연락을 해왔습니다.
게다가 스팸은 왜 이렇게 오는지.
각종 보험 권유 전화에 알바하라는 스팸 문자 등
가뜩이나 시끄러운 속이 더 시끄러워 핸드폰을 무음으로 하고 세상과 연결을 끊었습니다.
사실 주변에서 우리 가족을 보면 꽤나 끈끈하게 연결된 자매들과 부모 자식 사이입니다.
그 사실이 가진 게 없어도 당당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버겁기도 해요.
또 핸드폰이 울리지 않으면 세상과 단절된 것 같은 불안감이 들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연결은 불쾌하게도 합니다.
적당히 연결되어 있지만,
방해는 받기 싫은 이런 이중적인 마음,
저만 그런가요?
사물과 사물을 서로 잇거나 현상과 현상이 관계를 맺게 함.
사전은 연결을 “사람이나 사물이 서로 이어지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간단한 정의지만, 실제 삶 속의 연결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어떤 연결은 힘이 되고, 또 어떤 연결은 짐처럼 무겁습니다.
같은 단어이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연결은 늘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짦은 안부 인사 하나,
문득 날아온 메시지 하나가 마음을 붙잡아 줄 때가 있습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데,
친구에게 “오늘도 수고했어”라는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어요.
짧고 평범한 말이었는데, 그 한줄 덕분에 퇴근길이 좀 따뜻해 졌어요.
우리는 이런 연결 속에서 삽니다.
같은 취향을 발견했을 때,
오래만에 지인에게 연락이 올 때,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죠.
특히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서울살이를 하거나,
집에서 독립해 불꺼진 나의 공간으로 들어갈 때,
보이지 않는 끈 하나가 나를 어딘가와 이어주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든든합니다.
그렇지만 위에 쓴 것처럼 연결이 언제나 따뜻하지만은 않아요.
가족은 연결되어 있어서 든든하지만, 동시에 그 끈이 지나치게 당겨질 때 숨이 막히기도 합니다.
“밥 먹었어?”라는 말이 어떤 날에는 애정으로 들리지만,
또 어떤 날에는 잔소리처럼 느껴집니다.
가족이기 때문에 주고받는 관심이 오히려 무게가 되어 다가올 때가 있지요.
SNS의 연결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백 명의 친구, 팔로워, 구독자가 나를 이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끈이 언제나 편안한 것은 아닙니다.
응원과 격려가 힘이 될 때가 있지만, 악플 한 줄이나 무심한 댓글 하나가 사람을 무너뜨리기도 하니까요.
쉽게 맺고 쉽게 끊어지는 연결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 한 줄의 무게가 삶 전체를 흔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그 끈이 주는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결국 삶을 놓기도 하고요.
연결은 기댈 수 있는 끈이자, 동시에 나를 조이는 끈입니다.
어제는 위로가 되었던 관계가 오늘은 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같은 끈인데, 상황과 마음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연결이 많을수록 더 외로워지는 역설을 겪기도 하죠.
수 많은 관계 속에 둘려싸여 있으면서도
정작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연결이 없을 때
고립감은 더 커집니다.
그래서 연결은 우리를 살게도 하고, 동시에 흔들리게도 하는 것 같아요.
지탱과 부담, 따뜻함과 무거움 사이에서 우리는 늘 줄타기를 하고 있죠.
대면하는 시대에 연결은 단단한 고리였다면,
지금처럼 느슨한 관계가 많아진 시대에는 흔들다리가 아닐까요?
산에 설치된 흔들다리를 건널 때,
누군가는 떨어진 두 곳을 연결한다는 사실에 집중에 다리를 믿고 뚜벅뚜벅 걸어가지만
누군가는 흔들거린 다는 것에 집중해 다리를 바들바들 떨면서 걸어가니까요.
이런 다리는 바람이 불면 더 불안정해지고, 오래되면 삐걱거리기도 하죠.
그럼에도 다리를 끊어버리는 사람들은 많지 않죠.
내가 서 있는 이쪽으로 누군가가 건너와 주길 바라기도 하고요.
또 무거울 수 있다는 불확실함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다리를 놓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다리가 흔들려도 이 다리를 건너는 사람은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 때문일텐데요.
결국 세상과의 연결, 그것이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자, 때로는 우리를 흔드는 무게라는 걸 안다면
좀 더 흔들림이 적은 다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