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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찻잔 Apr 17. 2021

꿈꿔온 프로젝트를 만난다는 것

2021 딜라이트 서울 전시회 카피라이팅

23살이었다. 첫 전시회를 간 것이.

환기미술관의 환기전이었다.

지하철 1호선에서 3호선을 갈아타고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내려서야 도착한 미술관.

처음 방문은 친구 따라였지만,  이후 혼자서 그 전시회를 몇 번 더 찾았다.

한 작품 앞에서 한 시간을 앉아 있었던 그때의 기억이 지금까지도 여러 전시회로 나를 이끈다.


첫 단추가 잘 꿰어진 덕분이다.

누군가 만들어 낸 세상에 잠시 편승하면 나는 누구인지, 나를 둘러싼 세상은 어떤 공기와 내음과 색을 지니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전시회를 가도 꼭 한 가지는 아쉬웠다.

전시를 설명하는 글이 늘... 어려웠다.


오랜 시간 글을 업으로 삼아서인지 전시관 입구에 써진 글, 작품을 설명하는 글을 지나치지 못한다.

작품 못지않게 그 글에도 창의와 진심이 들어갔으니까.


그런데 전문용어로 도배된 전시관에서 마음을 온전히 열기란 어려웠다.   

비전문가 관람객이 더 많을 텐데, 좀 더 쉬운 용어로 입구에서부터 마음을 충분히 열어주면 좋으련만...

미술 전문가가 써서 그런 걸까?

좀 더 쉬운 용어로 비전문가 관람객들도 이해 가능한 글로 쓰면 좋을 텐데...

이런 글은 누가 쓰는 거지? 큐레이터? 미술관 마케팅팀?

나 이런 글 써 보고 싶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니 이런 기회가 생기는구나!!!

전시관 카피가 급하게 필요하다는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전시 기획의도를 바탕으로 관람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감정을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은,

상상만 했던 것이 현실이 되는 과정이었다.


빠듯한 일정이었으나 피곤한 줄 몰랐다.

몇 번을 고치고 고쳐도 이게 최선일까? 스스로 되물었다.

전시회에서 전시 설명을 보는 사람이 몇 명일까마는 누구보다 내가 보니까 잘하고 싶었다.

참여한 프로젝트는 눈으로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상 전시회에 갔을 만족스러운 카피여야 했다.


전시관에서는

문서 안의 글자가 만져지는  글자가 되어 있었다.

글을 읽고 전시관을 둘러보니 좋은 작업에 참여한 것이 뿌듯했다.


현재 2021 딜라이트 서울은 SNS에서 인생샷 건지는 포토 스팟으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은데, 포스팅 사진에는 전시관 소개글도 쏠쏠하게 보인다.


'누군가의 삶에 잠시라도 영감을 주는 일' 

이것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내린 일의 정의였고,

사람들의 액션으로 목표에 잘 도달하는 중이다.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들 때 결과물이 누구에게 가 닿는지 고민한다.


그러다 보면 내 일은

정책을 쉽게 이해하고 신청해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하거나

제품에 있는 기능을 100% 활용하도록

구입해서 써 보고 싶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일이다.

즉 글을 쓰는 게 일이 아니라, 이러한 일을 활자를 통해 하는 것이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면 잘하고 싶다는 마음만 동동 거릴 때가 있다.

그때는 다시 정의한다.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인지, 왜 잘하고 싶은지,

이런 생각을 하고 쓴 글은 대부분 담당자와의 협업을 통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나쁘다면,

어쩔 수 없지, 이 부분은 내가 약하네,

어떻게 모든 걸 잘하겠어.... 나랑 맞지 않았네~라고 받아들인다.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하게 될지 모른다.

그래도 명확한 건 꿈꾸는 프로젝트를 만나려면, 꿈을 꿔야 한다는 것!

하고 싶은 일이 있어야, 하고 싶은 일을 있다는 당연한 진리.


그러니 즐겁고 설레는 경험이 더 많아지려면 막연하더라도 꿈을 많이 꿔야겠다.


*언젠가 꼭 해 보고 싶었던 전시회 프로젝트는 2개 전시회에 추가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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