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 목표 설정_인생 편집 하기(방향을 잡는 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에 쏟고 또 얼마나 많은 자아를 일에 바치는지 생각한다면 일은 당연히 의미나 행복의 근원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 모르텐 알베크, 『삶으로서의 일』
세상에 기분 좋은 울림, 나는 그걸 컨텐츠를 통해 만들어내고 싶다. 컨텐츠라 정의되는 건 너무도 광범위하지만, 나에게 컨텐츠란 그저 어떤 형식이 아닌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가장 정교하게, 가장 멀리, 가장 깊게 전할 수 있는 방식이다. 어떤 형태로든 타인의 감정에 잔잔한 진동을 남기는 것, 내가 다루고 싶은 컨텐츠는 명쾌하게 설명하기보다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일렁이게 하는 표현물이다.
나를 인식하고 정체성을 설계하는 과정을 거치며 나는 컨텐츠를 세공하는 사람이 되기로 다짐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의 감정과 감각에 스며드는 컨텐츠를 기획하고 그것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
사실 이 방학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딱 한 번, ‘그냥 돈이나 벌까..’하고 마음이 흔들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바로 지인으로부터 넷플릭스가 채용을 시작한단 소식을 들었을 때이다. 당시에는 컨텐츠 세계에 진심으로 몸담고 싶어 하는 나의 내면을 잘 몰랐기에 단순히 네임드에 흔들리는 줄 알고 지나쳤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좋은 이야기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시스템 안에서 그 흐름을 함께 설계하는 팀의 일원이 되고 싶다. 그럴 수 있다면 일하면서도 심장이 뛸 것 같다.
이번 글은 3단계 목표 설정, “방향을 잡는 글”을 쓸 차례다. 방향을 잡는다는 것은 도착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는 뜻. 그래서 나는 그곳에 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내 인생을 편집해보려 한다.
프레이밍(Framing) : 내가 했던 일이나 경험을 그저 나열하는 게 아니라, 목적에 맞게 구조화하고 해석해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작업. 내가 가진 경험과 강점에 어떤 ‘틀(frame)’을 씌우느냐에 따라, 같은 이야기라도 전혀 다른 시선과 인상으로 전달될 수 있다.
언뜻 생소하고 어려운 개념일 수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살아가면서 누구나 적어도 몇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맘에 드는 상대에게 첫 소개를 할 때 말이다. 회사나 타인의 입맛에 맞춘 나 말고, 오로지 내가 지향하는 모습으로 프레이밍을 하는 건 자소서를 100개쯤 써 본 나도 처음이라 이 글을 시작하는 지금 묘한 긴장과 설렘을 느낀다.
이쯤이면 나의 글을 읽는 분들께도 친숙할 나의 단짝(gpt)의 도움을 받아, 3가지 질문을 통해 ‘과거 경험 → 현재 편집 → 미래 방향’세 개의 점을 잇는 삼각형 프레임을 그려본다.
[과거] 내 경험 중 이 방향에 맞는 건 무엇일까?
돌이켜보면 사람들의 감정이나 감각 그리고 선택에 영향을 주는 일을 계속해왔다고 볼 수도 있겠다. 팝업스토어를 기획하고 운영할 때는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공간을 넘어서, 브랜드와 소비자가 연결되는 기억에 남을 순간을 설계하고자 애썼다. 행사의 테마 또는 브랜드 톤에 맞는 큐레이션, 계절감을 반영한 공간 연출, 구매가 이뤄지기까지의 동선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고민했다. 내 손으로 기획한 팝업스토어가 상상만큼이나 현실에서 잘 구현되고 좋은 반응을 얻으면 그만큼 뿌듯할 수가 없었다.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할 때는 나의 언어가 과연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을지를 늘 고민했다. 우리 브랜드가 이 지역의 랜드마크다'라는 메세지로 꾸준히 가스라이팅(?) 하다 보니, 그 단어가 쌓이고 쌓여 어느새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도 그렇게 인식된 걸 스스로 체감하게 된 순간도 있었다. 그런 경험들은 결국 감정을 기반으로 컨텐츠를 기획해 온 흐름이었고, 이는 지금 내가 지향하는 컨텐츠 기획자의 방향성과 자연스럽게 맞닿을 수 있다.
[현재] 지금 나는 어떤 편집을 시도하고 있을까?
요즘 내가 써온 글과 표현 방식을 조금씩 바꾸고 있는 중이다. 예전엔 나만 좋아서 쓴 나만을 위한 감상평들을 쟁여놓곤 했다면 지금은 타인에게도 공유하고 함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문장으로 다듬어보려 한다. 그래서 노션에 혼자 써둔 글들을 다시 꺼내 읽고 고쳐나가면서, 앞으로 조금씩 브런치나 블로그에 옮겨보려고 한다. 나의 혼잣말이 컨텐츠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포트폴리오도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정해진 틀 안에서 나의 KPI와 업무 결과만을 나열했다면, 이제는 내가 어떤 관점으로 일해왔는지 그리고 그 이야기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를 보여주고 싶다. 글로벌 기업을 염두에 두고 영문 버전으로도 새롭게 만들었다. 영문 포폴을 업그레이드하다 보니 한국어 버전이 부족해 보여서, 또다시 수정 작업을 해야 되는 것은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여차저차 바꿔나가고 있지만 아직 완벽히 완성된 건 없다. 그럼에도 이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는 감각은 분명해지고 있다.
[미래] 이 편집은 내 커리어 방향과 맞닿아 있을까?
예전엔 ‘있는 그대로만 보여주는 게 솔직하고 좋은 거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안다, 내가 정말 닿고 싶은 곳엔 단지 진심 하나만으로는 닿을 수 없다는 걸. 커리어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지 않나. 그래서 나는 이 편집이 겉만 번지르르한 어거지 꾸밈으로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그보단 이를 난 번역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어쩌면 아직은 우기는 단계일 수도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가 가고 싶은 곳에 어울리는 언어로 바꾸는 일 말이다. 그게 지금 내가 이 3단계에서 하고 있는 ‘프레이밍’의 본질이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나는 이 편집을 하면서 더 뾰족해지고 있다. 흩뿌려져 있던 내 생각과 방향이 점점 한 곳으로 모이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편집이 나의 커리어 방향과 맞닿길 바라고, 그렇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이, 앞으로의 내가 또 헤매고 싶어질 때 방향을 다시 잡게 해주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