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것 같을 때도 빠를 수 있습니다.
나는 언제나 나로서 살아오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명함을 떼어버리니 내가 누구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일은 돈 버는 수단일 뿐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나오고 들어가기를 반복하면서 커리어를 별거 아닌 것처럼 여기면서 살아왔었다. 그런데 막상 나한테서 커리어를 떼고 나니, 나조차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다니.. 어이가 없었다.
그래, 생각해 보니 나의 하루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경기러 출퇴근 왕복 3시간+업무 최소 9시간=12시간) 일을 그렇게 등한시 여겼다니 ‘나 너무 안일했던 거 아닌가?’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동료들도, 친구들도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그냥 그렇게 사는 것 같긴 하다. 다시 기분이 괜찮아졌다.
겉으로 보기엔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을 땐 그렇게 가끔 기분이 이상해지고 나아지기를 반복하면서, 흐린 눈으로 살아가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무계획 퇴사를 하고 정말 일과 분리되고 나의 진짜 마음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나 사실 일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폭싹 속았수다>의 양관식처럼 나의 엄마아빠는 ‘수틀리면 빠꾸’가 언제나 허용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자주 길을 잃고는 했지만 너무도 감사하게 부모님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던 탓에, 그전까지는 길을 헤매는 게 무섭지 않았다. 손을 내밀면 언제나 손을 잡아주시는 부모님이 있었기에 말이다. 내 나이 30줄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정말 그랬었다.
달라진 건 조금 흐른 세월뿐이 없는 것 같은데, 그 시간 동안 세월의 흐름은 내게 더 이상 ‘성장’이 아닌 ‘노화’를 의미하는 것이 빼박인 나이가 되었다. 나와 부모님이 함께 늙어가는 흐름으로 바뀐 것이다. 새삼 우리 부모님을 보니 많이 나이 드신 것 같다고 느껴졌다. 내가 계속 이렇게 헤매면 우리 부모님 걱정하다가 더 늙으실 텐데... 내 걱정 꾸러미에 ‘나’라는 존재는 항상 들어가 있어서 익숙했지만, 거기에 ‘부모님’이란 카테고리가 추가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 이제는 그만 헤매야겠는데?!”
‘헤맨 만큼 내 땅이다’라는 말에 따르면 내로라하는 땅부자다. 이제 그만 헤매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명언은 한 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말이고, 지금도 누군가에겐 정말 큰 도움과 위로를 주는 문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새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이 말을 내 편한 대로만 해석하며 악용하며 살아온 건 아닌가라는 반성을 문득 하게 된다. 꼭 헤매지 않아도 될 순간에도, 괜히 맴돌고 돌아서면서 '그래도 이게 다 내 땅이 되겠지'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해 온 건 아닐까. 위로를 넘어서 정체에 머무는 핑계로 써온 건 아닐까. 지금은 그 문장을 다시 꺼내 더 정직하게 들여다보려 한다. 땅따먹기는 이쯤이면 만렙이다.
쨌든 이미 엎질러진 방학!
후회 없도록 확실한 값어치가 남는 시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 자연스레 날 퍼스널브랜딩으로 이끌었다.
내가 지금 머리를 싸매고 있는 이유이자, 언젠가 한 번쯤은 반드시 풀어내야 할 삶의 퍼즐 : 내 인생에서 커리어를 어떻게 의미 있는 가치로 빌드업해 나갈 것인가. 이번만큼은 꼭 끝까지 풀어내리라.
나만의 기준과 방향성을 가지고 커리어를 디벨롭해 나가기 위해, 먼저 나 스스로를 브랜딩 하고 정의하는 과정이 내가 정의한 퍼스널 브랜딩이다. 이를 통해 나는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것이다. 찾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내게 기회의 신이 찾아왔을 때 곧바로 앞머리를 낚아챌 수 있도록 실질적인 결과물도 함께 쌓고 있다. 바로 나의 첫 번째 브런치 북 「우당탕탕 퍼스널브랜딩 벼락치기」 를 통해서 말이다.
퍼스널 브랜딩, 대학생 때쯤 끝냈으면 좋았겠지만,,
늦었다고 느끼는 지금도, 앞으로 일 할 수 있는 시간이 30년은 족히 남아 있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이제 와서 퍼스널 브랜딩을 한다. 여느 때보다 열정 뿜뿜 하면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
한 때 정말 유행했던 짤, 박명수의 차가운 팩폭입니다.
늦었다고 느끼는 많은 사람들은 냉정한 현실을 일깨워준 이 명언을 포기의 명분으로 삼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명수옹은 곧바로 이어서 덧붙였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