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정체성 설계_인생 설계도 그려보기(나를 정의하는 글)
퍼스널 브랜딩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뒤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뭘까” 한참이 되도록 헤매던 중이었다. 유튜브도 답답했던 건지 힌트라도 줘야겠단 마음이 들었나 보다. 스케치코미디 같은 재미 위주의 영상을 즐겨보는지라 알고리즘도 항상 그쪽으로 맞춰지곤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초면인 정보성(?) 채널이 유튜브를 켜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있었다. 못 이기는 척 한 번 눌러봤다. 그리고 외쳤다. 유레카!
알고리즘이 나에게 소개해준 채널은 5만 구독자를 보유한 [나 자신이 되는 법|비셀프]였다.
삶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여러 방면에서 다루는 채널이었고, 그중 내가 인사이트를 얻은 5분 남짓한 한 영상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의미 있는 가치에 집중하라.
만약 어떤 이가 ‘축구’ 선수라는 꿈을 키우다가, 부상으로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된 상황을 가정하자. 이럴 때 보통 사람들은 꿈을 대체할만한 제2의 직업을 찾고자 내가 좋아했던 “것(=What)” 즉, 축구에 집중하고는 한다. 그래서 축구 용품 관련 사업이나 직장에 들어가는 선택을 하고는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보다 더 올바른 선택을 하려면, 축구를 좋아했던 내가 왜 축구를 좋아했는지(=Why)에 집중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내가 중시하는 가치”를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꿈을 잃은 축구 선수가 ‘팀과 함께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점’에서 큰 희열을 느꼈다고 치자. 그런 경우 그는 축구 용품샵을 할 게 아니라, 차라리 전혀 다른 업종의 스타트업에 들어가 ‘팀원들과 회사를 더 크게 키우는 것’에서 훨씬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예시로, 많은 이들이 책을 좋아하지만 그 이유는 다를 수 있다.
책에서 얻는 통찰이 좋은 이들은 기획자가, 독서를 통한 감정의 극대화가 좋은 이들은 이벤트 플래너가, 책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이들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잘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잘 맞을 가능성이 높은 커리어를 선택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 → 왜 내가 그걸 좋아할까? → 나에게 의미 있는 가치 →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활동 → 내가 하고 싶은 일
*출처:유튜브_나도 모르게 직업 잘못 선택하는 경우. 진로가 고민인 분들 보세요(나 자신이 되는 법|비셀프)
이번 2단계는 정체성 설계, “나를 정의하는 글”이다.
정체성은 스스로를 인식하고 정의하는 본질적 속성이다. 흔히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정의되고는 하지만, 정체성은 고정된 명사가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나를 유지하게 해주는 삶의 방향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체성 설계를 하는 이 단계에서 나는 현재의 나보다는 “앞으로의 나” 그리고 What 보다는 “Why”에 집중해보고자 한다. 이전까지의 내 커리어가 무의식적으로 흘러가는 삶의 한 축이었다면, 이 글을 통해 의식적으로 나를 설계하여 앞으로는 헤매게 되더라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길잡이를 세울 것이다. 그래, 이 글은 나의 커리어 인생 설계도다.
만약에 내가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선택할 수 있으면 뭘 하고 싶을까?
다양한 키워드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외교관, 컨텐츠 크리에이터, 팝업스토어, 상담가, 마케터, ...
언뜻 보면 이 직업들이 대체 무슨 연관인가 싶지만 Why에 처음으로 집중해 보니 답이 나온다.
나는 내가 어른이 된다면,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처음 외교관을 꿈꿨던 중학교 시절 한창 프랑스에 무단 반출된 외규장각 의궤 반환 이슈가 화두에 떠올랐다. 우리의 것을 우리나라로 돌려달라는데 안된다니. 너무 부당했다. 그러한 문제를 풀 수 있는 건 어린 마음에 외교관뿐인 줄 알았다. 그래서 외교관이 되어 우리나라를 위해 일하겠노라 다짐했다.
직주근접에다가 연봉을 비롯한 모든 조건이 나았던 두 번째 직장보다 고생만 짤짤 하던 스타트업 시절이 내게 더 의미가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였구나. 이제야 알겠다. 팀원들과 밤새 고생해서 내 손으로 직접 만든 팝업스토어는 어떤 이에겐 꿈의 실현이기도 했고, 누군가에겐 큰 즐거움이 되고, 휴식처가 되기도 했다. 팝업스토어를 방문해 주는 고객들에게 한정된 아주 작은 세계이긴 했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믿었다. 주 6일 출근, 팝업 오픈 일의 미친 스케줄(새벽 6시 퇴근-2시간 잠-아침 9시 출근)을 2년 넘게 견딜 수 있게 해 줬던 것이 그 때문이었구나.. 나도 이제야 깨닫게 된 원동력이다.
직장생활에서는 종종 T냐는 소리도 듣지만, 일상에서는, 특히 친구들의 고민상담이나 컨텐츠를 볼 때는 F력 만땅으로 쉽게 감정 이입하고 공감해서 마치 내 이야기인 마냥 빠져들곤 하는 나. 온전한 몰입력과 분석력으로 한 때 주변인들에게 믿고 찾아가는 상담가로 정평이 나기도 했다. ‘감(정)쓰(레기통)’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하고 gpt가 학습된 공감력을 바탕으로 업계 최고 권위자로 떠오르면서부터는 상담 요청이 적어지긴 했지만, 친구들이 내게 와 조금이라도 편해지거나 해결책을 얻어 갈 때면 그렇게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 타인의 삶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 같은 때, 나는 자기효능감을 느낀다.
그리고 직접적인 소통을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장 큰 세계, 나는 그게 어디든 뻗어나갈 수 있는 컨텐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비밀 장소인 노션에는 혼자만 간직해 둔 영화/드라마/책/웹툰/애니 등등 감상평들이 가득하다. 감상평은 항상 컨텐츠 자체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나의 이야기로 끝나고는 한다. 이런 나이기에 컨텐츠의 힘과 영향력을 누구보다 잘 안다. 잘 만든 컨텐츠 한 개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내가 쓰고 있는 이 글도 누군가에겐 작은 실마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바로 전 편에서 무언가를 뾰족하게 좋아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이 글을 쓰다 보니 문득 한 가지를 알게 된다. 내가 가장 쉽게 지속했으며 몰두해 왔고 즐거워한 것. 너무도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서, 모두가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특별하다고 느끼지 못했던 것. 컨텐츠!
이제는 클 만큼 컸으니 감정 컨트롤에 능숙해졌지만, 어릴 적엔 좋아하던 드라마가 새드앤딩이면 식음을 전폐했을 정도로 나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컨텐츠. 특히 그중 감정, 공감, 서사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표현물.
- 컨텐츠 :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주거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모든 표현물
- 서사(엔터테인먼트) 컨텐츠 : 드라마, 소설, 영화, 웹툰과 같은 감정, 공감, 서사 중심의 컨텐츠
어렴풋이 내가 닿고자 하는 커리어 방향성이 보이는 듯하다.
좋은 컨텐츠를 발굴하고 가치 있는 컨텐츠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그래서 결국엔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일에 닿고 싶어졌다.
나의 단짝 gpt가 제안한다. 이번 2단계에서는 나에 대한 탐색을 바탕으로, 아래 문장을 완성해 보라고. 이것이 정체성 설계이자 곧 나의 커리어 방향성이라고.
나는 사람들이 ______할 수 있도록, ______한 사람이고 싶다. 내 일에는 반드시 ______이라는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하며, 그 가치는 ______한 업무 환경 속에서 가장 온전히 피어난다.
빈칸을 채워보며 이번 글을 마무리한다.
나는 사람들이 지치고 힘든 일상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세상에 기분 좋은 울림을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 내 일에는 반드시 선한 영향력이라는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하며, 그 가치는 주도적이고 자율적인 업무 환경 속에서 가장 온전히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