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표현 수단_브런치스토리 작가 되기(나를 드러내는 글)
나의 글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고른다는 것은 단순히 글을 업로드하는 공간을 정하는 일이 아니다. 어떤 감성과 결로 나를 소개하고, 어떤 태도로 세상과 연결될 것인지 결정하는 브랜딩의 시작이다.
퍼스널 브랜딩 6단계 중 4단계에 진입한다. 1~3단계는 나를 이해하고 방향을 잡는 내면 중심이었다면, 4~6단계서부터는 나에 대한 탐구를 외부로 연결하고 확장하는 단계이다. 이윽고 4단계 표현수단, “나를 드러내는 글”을 써 내려간다.
스스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인식해 본 적 없다. 감히 브런치스토리의 작가가 되리라는 꿈은 꾸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번 방학 동안에 글을 써보자!’ 하고 마음먹었을 때 처음 내게 떠오른 건 블로그였다. 묵혀뒀던 블로그를 새롭게 정비하고, 혼자 글을 쓰려니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강제성이 필요했다. 그래서 주변에 글쓰기 관련 모임을 찾았다. 글쓰기에 대한 기초 가이드나 피드백을 얻고 싶었던 내 니즈에 딱 맞는 모임을 하나 발견했다. 그런데 그게 하필이면(?) ‘브런치스토리 작가 되기’ 모임이던 것이다.
첫 모임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 (가까운 미래에 예상되는 시나리오인) 탈락이지만 괜찮다고 말할 대사를 미리 준비하며 조용히 귀가했다. ‘이거.. 작가가 되기는 쉽지 않겠다, 역시 예정대로 블로그에 써야겠는데...?’
나 빼고는 다들 이미 작가 같았다. 나만 작가가 되지 못할 것 같아서 벌써 쪽팔렸다. 그래도 어렵게 용기 내어 든 모임이니, 지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참여하자는 다짐 정도가 그때의 나에겐 가장 현실적인 목표 같았다. 게다가 블로그라는 플랜 B도 있으니, 모임으로 강제성이 부여된 환경은 손해 볼 건 없었다. 블로그는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으니, 모임이 지속되는 한 달만큼은 도전해 보자. 만약 작가 승인이 되지 않는다면, 두 번째는 없다. 미련 없이 블로그로 간다. 딱 그 정도의 시작이었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고, 쉽게 발견되는 블로그냐
vs
선별된 문턱을 넘어, 선택받아 읽히는 브런치냐
블로그와 브런치, 브런치와 블로그. 두 플랫폼은 닮은 듯 달라서,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 두 갈래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블로그는 실용적이며 정보 탐색 중심의 성격이 강하다. 유입 채널이 다양하기 때문에 수익화가 용이하다. 반면 브런치스토리는 감성, 창작 중심의 콘텐츠 성격이 강하다. 큐레이션 기반으로 선별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확장성이 더딜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깊이가 있어 작가적 브랜딩에 적합하다.
‘어디서든 글을 쓰기만 하면 되지 뭐~’라고 시작했던 마음이 무색하게, 모임이 진행되고 글을 쓸수록 명확해져 갔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보를 중심으로 쌓아 올리는 블로그보다, 감정과 결을 온전히 받아들여주는 브런치스토리에 훨씬 잘 맞았다. 그래서 점점 욕심나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의 세계이자, ‘작가’라는 타이틀을 부여해 주는 브런치스토리가. 명함을 떼고 달리 나를 설명할 단어가 없었던 내게, 작가나 에세이스트 같은 명칭이 붙여진다면, 이 방학 동안 그만한 성취가 없을 것 같았다.
무언가를 새롭게 준비하기엔 딱 알맞은 한 달이란 시간은, 모임장과 모임원 분들의 서로를 향한 무조건적인 응원과 따뜻한 조언들로 가득 채워졌다. 그 덕에 짧은 시간 동안 나는 고새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작가 승인제라는 진입 장벽은 어느새,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방향을 더 분명하게 다듬게 해주는 장치이자, ‘글 쓰는 사람들의 세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좋은 글을 쓰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주는 건강한 자기 검열의 기준이 되어줬다.
모임에 나와서 열심히 퇴고한 3편의 글과 제한된 분량 안에서 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정성스레 다듬은 소개글을 담아 작가 신청을 누른 날을 기억한다. 그리고 다음 날 연속적인 3개의 알람 소리에 잠이 깼다. 평소 같았으면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왠지 기분이 좋았다. Yesssss!!! 작가 승인이 되었다는 메세지를 확인하고 바로 모임 단톡방에 달려가 소식을 알렸다.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해 줬고, 그리고 역시나, 우리 모임 동기들 모두 작가가 되었다. 더 이상 오프라인에서 시간을 잡고 만나서 글을 쓰지는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브런치스토리라는 공간에서 서로의 글을 지켜보고 응원한다.
이 여름의 시작에 나는 한 편의 글로 나를 세상에 꺼내놓았다. 브런치스토리에 첫 글을 올린 그날부터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명함 뒤에 숨지 않아도,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을 스스로 써 내려가는 사람이.
그리고 이 글 또한 내가 글을 쓰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연장선이다.